쓰는 사람 못봤는데, 챗GPT 제친 중국앱

입력 2025-01-13 17:21   수정 2025-01-14 00:58

중국산 앱이 한국 앱 마켓 인기 순위 차트를 점령했다. 업계에서는 순위 조작을 의심하고 있다. 주변에서 이용자를 찾기 어려운 앱이 일제히 상위권에 이름을 올려서다. 불투명한 앱 마켓 순위 산정 기준을 감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3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지난 9일 애플 앱스토어에서 중국산 번역 앱인 ‘실시간 번역 소프트웨어&영어 번역기 프로’가 일간 인기 순위 1위를 기록했다. 미국 오픈AI의 챗GPT를 2위로 밀어냈다. 3~6위 역시 중국산 앱이었다. 중국 앱 약진은 그 뒤로도 계속됐다. 이날 오전엔 중국 업체가 개발한 ‘자동 클릭기’와 ‘스마트폰 클론-데이터 이동 도우미’ 앱이 각각 실시간 인기 순위 1, 2위를 차지했다.

앱스토어 인기 순위 상위권에 든 중국산 앱은 대부분 인지도가 낮은 도구 앱이다. 업계에선 이 앱 사용자가 극히 적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중국산 앱이 순위를 인위로 끌어올린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구글 앱 마켓인 플레이스토어 상황도 비슷하다. 9일 중국산 숏폼 드라마 앱들이 일간 인기 순위 20위권에 들었으나 사용자와 신규 설치 수는 순위가 비슷한 다른 앱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중국산 숏폼 드라마 앱 ‘쇼트릴스’는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앱 사용률 1위인 넷플릭스를 제치고 9위에 올랐다. 하지만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쇼트릴스의 지난달 월간활성이용자(MAU)는 7만1600명으로 넷플릭스(약 800만 명)의 1% 수준이다.

앱 마켓 인기 순위는 기업 마케팅 전략에 중요한 요소다. 사용자가 앱을 선택하는 주요 기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체적 순위 산정 기준은 공개되지 않았다. 순위 조작을 방지하기 위해서란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다운로드 수, 신규 설치 수 변화율, 활성 사용자 시간, 유저 평가 등이 반영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해외 앱 마켓 순위 조작을 막을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인기 차트를 보고 다운받을 앱을 정하는 사용자가 적지 않다”며 “순위 산정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회에는 앱 마켓 사업자가 매출 순위 등을 매기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법안이 발의돼 있다.

황동진 기자 radhw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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