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함이 더 필요하지만 준비가 안 돼 동맹국을 이용하겠다”던 트럼프 당선인의 발언이 착착 구체화하는 정황이다. 미국의 러브콜은 자체 선박 건조 능력이 무너진 상황에서 중국에 열세인 해양 전력을 회복하기 위한 선택이다. 동맹국인 데다 세계 최고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 납기 보장 능력 등을 감안할 때 한국만 한 파트너를 찾기 어렵다는 결론에 이른 것이다.
한·미 간 ‘조선 동맹’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15년이 넘는 고난의 시간을 견딘 한국 조선은 새로운 슈퍼사이클 진입이 가능해진다. 미국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시장만 20조원 규모다. 구축함 등 함정 건조 시장 규모는 가늠조차 쉽지 않다. 2029년 세계 함정 시장 규모가 약 300조원에 달할 것이란 분석이 있는 만큼 삼성전자에 버금가는 조선사가 나오지 말란 법도 없다. 차별화한 경쟁력을 갖추면 사양산업은 없다는 진리를 새삼 일깨워준다.
블루오션으로 부상 중인 K조선은 트럼프 행정부와의 협상카드 부족에 시달리는 한국에 단비 같은 소식이기도 하다. 미국이 달러 패권을 유지하려면 남중국해를 장악하려는 중국에 맞서 항행의 자유 유지가 필수다. 한국 조선이 미국의 약점을 보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면 협상력은 막강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원리는 조선뿐만 아니라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 전선·전력, 태양광, 원자력 등 거의 모든 제조 분야에 적용된다. 첨단 제조 분야에서 중국과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유일한 나라가 한국이어서다. 국가적 혼란기에 K조선의 중흥 기회를 잃지 않도록 정치권이 힘을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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