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괴롭힘 신고 남용, 위자료 청구 대상" [율촌의 노동법 라운지]

입력 2025-01-16 07:00   수정 2025-01-16 14:57

한경 로앤비즈의 'Law Street' 칼럼은 기업과 개인에게 실용적인 법률 지식을 제공합니다. 전문 변호사들이 조세, 상속, 노동, 공정거래, M&A, 금융 등 다양한 분야의 법률 이슈를 다루며, 주요 판결 분석도 제공합니다.

근로기준법에 의해 직장 내 괴롭힘은 금지되고 있다. 괴롭힘 신고가 있거나 이를 인지하게 되면 사용자는 사안을 조사할 의무가 있고, 조사 결과 괴롭힘이 확인되면 가해자에 대해 징계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하며, 피해자의 요청이 있는 경우 피해자에 대한 분리조치 등 보호조치를 해야 한다.

사용자는 괴롭힘 신고를 했음을 이유로 신고자나 피해자에 대해 불리한 조치를 해서는 안 되고, 이를 위반할 경우 형사처벌이 따를 수 있다(근로기준법 제76조의2, 제76조의3).
제도 오남용 사례 빈번
그런데 괴롭힘 신고가 있게 되면 그 진위 여부나 괴롭힘 해당 여부를 떠나 일단 사용자로서 이를 조사할 의무가 발생한다는 점, 괴롭힘 신고를 했다는 사실을 이유로 불리한 조치를 할 수 없다는 점 등을 이용하여, 괴롭힘 신고를 남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대표적인 예는, 불성실하고 행실이 좋지 않던 근로자가 점점 동료들로부터 신임을 잃어 팀·부서 내에서 자신의 입지가 좁아지자, 집단 따돌림을 받았다고 주장하면서 다른 동료 근로자들에 대해 괴롭힘 신고를 하는 것이다.

또는 상사로부터 업무에 관하여 지적을 받거나 좋지 않은 인사평가를 받게 되자, 해당 상사나 평가자에 대해 괴롭힘 신고를 하는 것이다.

이러한 괴롭힘 신고가 있게 되면 사용자로서는 일단 조사 의무가 있으므로, 신고자와 피신고자, 그리고 주변 동료들을 면담하고 업무 이메일 등 관련 자료를 살펴보는 등 필요한 조사 절차를 이행해야 한다.

실제로 괴롭힘이 존재하지 않았음에도 허위·과장 신고로 조사를 실시하게 되는 경우, 피신고자는 잘못한 일이 없음에도 일단 가해자로 몰려 조사에 임하게 되는 등 상당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또한 직장 분위기가 뒤숭숭해지면서 다른 동료 근로자들도 업무에 집중하기 어려워지고, 사용자로서도 결과적으로 불필요한 조사 업무를 위해 인력과 시간을 낭비하게 된다.

그럼에도 신고자에 대해 불리한 조치를 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어, 의도적인 과장 신고로 의심되더라도 사용자는 신고자에 대해 특별히 책임을 물을 수가 없는 상황이 된다.
'인정범위 제한' 등 개선 움직임도
괴롭힘 금지 제도가 도입된 이후 상당히 긍정적인 면도 많지만, 위와 같이 허위·과장 신고로 인한 피해와 비효율 발생 또한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학계나 국회에서도 괴롭힘의 성립 요건으로 ‘지속성’과 ‘반복성’을 추가하는 것을 검토하는 등 괴롭힘의 성립 범위를 제한하려는 시도들이 있다.

괴롭힘의 성립 범위를 제한하는 것도 의미가 있겠으나, 보다 근본적으로는 허위·과장 신고를 제한할 수 있는 실질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관련하여 최근 하급심에서는, 허위·과장 괴롭힘 신고로 인해 피신고자가 가해자로 몰려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는 점을 인정하여, 신고자가 피신고자에게 위자료 200만원을 지급할 것을 명하는 판결이 있었다(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 2024. 11. 26. 선고 2023가소9228 판결).

아직 괴롭힘 신고 남용을 제한할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법원의 이러한 적극적인 책임 인정은 허위·과장 괴롭힘 신고를 억지하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근로자들로서도 허위·과장 괴롭힘 신고에는 손해배상 등 법적 책임이 따를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여 괴롭힘 신고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겠다.<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border:1px solid #c3c3c3" />김완수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 서울대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제46회 사법시험(사법연수원 38기) 합격 후 15여년간 노동 전문 변호사로 활약하고 있다. 10년간 법무법인(유) 광장 노동팀에서 근무 후 법무법인(유) 율촌 노동팀에 지난 2019년 합류하였다. 징계/해고/임금/불법파견/근로자성 등에 관한 전통적인 노동 송무 및 자문 업무에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주요 M&A Deal의 HR 부문에도 다수 관여하였고, 외국기업의 자문·송무도 주요 업무로서 수행하여 왔다. 또한 성희롱/괴롭힘 사건, 노조 및 쟁의행위 대응 업무, 프로젝트 업무(유연근무제 도입, 불법파견 점검, PMI 등), HR 측면의 개인정보 이슈 등에도 많은 경험과 전문성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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