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계엄 직후 유동성 47조 공급

입력 2025-01-13 17:31   수정 2025-01-14 01:06

한국은행이 작년 12월 비상계엄 사태 이후 유동성 공급을 위해 시중에서 매입한 환매조건부증권(RP) 총액이 47조원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사태로 자금 수요가 몰린 2020년 1년 치 매입액(42조3000억원)을 웃도는 규모다.

13일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은은 비상계엄 이후 지난달 말까지 47조6000억원 규모의 RP를 매입했다. 한은은 지난해 한 해 동안 106조1000억원 규모의 유동성을 공급했다.

RP 매입은 한은의 단기 원화 유동성 공급 장치다. 금융회사 채권을 매입해 유동성을 공급한 뒤 일정 기간이 지나면 해당 채권을 되팔아 유동성을 회수한다. 지난달 3일 비상계엄 선포 직후 이창용 한은 총재가 무제한 유동성 공급을 선언했고, 이튿날인 4일부터 RP 매입에 착수했다.

정 의원은 “지난달 RP 매입 평균 잔액은 14조9000억원으로 직전 최고치인 2020년 6월(14조원)보다 많았다”며 “내란으로 인한 금융시장 악영향이 코로나19 팬데믹보다 크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한은 관계자는 이에 “코로나19 때는 91일물 RP를 매입하는 등 중장기에 걸쳐 자금을 공급한 반면 이번엔 14일물 등을 여러 번 매입하는 식으로 대응했다”고 설명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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