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외국인 전문직 비자 ‘H-1B’에 대한 이견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지지층 간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오는 20일 트럼프 2기 출범을 앞두고 ‘반(反)이민’을 내세우는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세력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중심의 실리콘밸리 세력은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이민 정책 및 비자 제도를 두고 대립각을 세웠다. 머스크가 ‘H-1B’ 상한선을 폐지하자고 주장하자 이민 제한이 최우선 과제인 마가 진영에선 강하게 반발했다.
배넌은 “전에는 머스크가 (트럼프 캠프에) 돈을 냈으니 참으려고 했지만 더 이상 인내할 생각이 없다”며 트럼프 당선인 취임일인 20일까지 머스크를 쫓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악관에 접근하지 못하게 될 것이고, 여느 사람처럼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배넌은 머스크 동료인 페이팔 창업자 피터 틸과 데이비드 삭스 등 빅테크 억만장자들도 공격했다.
머스크는 이민 강경파를 겨냥해 “경멸스러운 바보들은 공화당에서 축출돼야 한다”며 “전쟁”까지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남아공프리카공화국 출신으로 과거 H-1B 비자를 보유한 머스크는 “미국이 계속 승리하려면 상위 0.1%의 기술 인재를 합법적 이민을 통해 데려오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트럼프 당선인은 “H-1B 비자를 좋아하고 지지했다”며 머스크 손을 들어줬다. 벤처캐피털리스트 마크 앤드리슨 등 실리콘밸리의 다른 트럼프 당선인 지지자들도 고숙련자 이민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머스크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트럼프 캠프에 2억7000만달러를 쏟아부으며 트럼프 당선인 실세로 부상했다. 트럼프 2기 자문기구인 정부효율부 수장에 낙점됐고, 분야를 가리지 않고 트럼프 당선인에게 조언할 수 있는 최측근으로 꼽힌다.
이번 갈등이 주목받는 이유는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트럼프 당선인 지지층 내 균열이 더 커질 수 있어서다. 이들 지지층 사이에선 이민뿐만 아니라 국방, 고용, 언론의 자유에 관해서도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게 파이낸셜타임스(FT) 분석이다. 또 백인 노동자 기반의 전통적 지지층과 대선 과정에서 새로 유입된 빅테크 지지자 간 주도권 싸움이 시작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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