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과 방위산업 업종의 외국인 지분율이 빠르게 오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당선 후 수혜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기대와 해외 동종 기업에 비해 싸다는 분석이 외국인 매수세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K푸드’와 ‘K뷰티’ 관련주를 향한 외국인의 구애도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수혜주’ 찾는 외국인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1조원 이상 종목 중 지난달 30일 대비 이날까지 외국인 지분율이 상승한 대표 종목은 한화엔진으로 나타났다. 8.92%에서 10.25%로 1.33%포인트 높아졌다. 작년 상반기 4~5%를 유지하던 한화엔진의 외국인 지분율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꾸준히 올라 올해 두 자릿수를 넘어섰다. 같은 기간 한화오션의 외국인 지분율도 18.04%에서 18.84%로 높아졌다.한화엔진과 한화오션 주가는 올 들어 외국인 매수세에 힘입어 각각 23.37%, 20.88% 올랐다. 이서연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최근 주가 상승은 동맹국과의 군함 건조 협력을 언급한 트럼프 발언의 영향”이라며 “생산 안정화로 지난해 4분기부터 실적이 개선되는 모습도 뚜렷하다”고 평가했다. HD현대미포(올해 외국인 지분율 변화 21.41%→21.76%), 삼성중공업(33.45%→33.71%)을 향한 외국인의 기대도 커진 모습이다.
또 방산과 건설기계 투자에서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돋보인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43.39%→44.41%)와 HD현대건설기계(15.65%→16.75%)가 대표적이다. 올해 주가는 각각 21.13%, 10.46% 올랐다. 특히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경쟁사 현대로템(28.8%→28.85%), LIG넥스원(25.28%·변동 없음)에 비해 외국인이 많이 몰렸다. 이 역시 트럼프 효과가 영향을 미쳤다. 트럼프 당선인이 자국 우선주의를 바탕으로 글로벌 방산 수요를 키울 것이란 관측이 작년 4분기 어닝 서프라이즈 기대와 맞물렸다. HD현대건설기계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이후 재건 관련주가 도약할 것이란 기대가 매수세를 부르고 있다. 이마트의 외국인 지분율도 17.69%에서 18.47%로 높아졌다. 트럼프 당선 이후 국내 기업인 중 처음으로 단독 면담한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에게 외국인의 시선이 쏠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 대형주 상대적으로 싸다” 분석도
삼양식품 등 지난해 주목받은 K웨이브 관련 수출 기업들 역시 외국인 지분율이 계속 상승하고 있다.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의 미국 수출 실적을 기반으로 주가가 작년에만 254.17% 뛰었다. 주가가 오르자 올 들어 개인이 238억원, 기관이 104억원어치 순매도에 나섰지만 외국인은 345억원어치를 사들이며 물량을 받아냈다. 강은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양식품은 2027년까지 중국에 첫 해외 공장을 짓는 등 해외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며 “국내보다 해외에서 인정받는 매력적인 선택지”라고 평가했다. 화장품과 미용기기를 수출하는 에이피알(13.96%→14.98%)도 올해 해외 매출 비중이 60%에 달할 것으로 기대된다.올 들어 외국인들이 대형주, 실적 개선 기대주를 중심으로 매수를 이어가자 이들 종목의 상반기 주가 흐름이 개선될 것이란 예측도 힘을 얻고 있다. 이달 8거래일 중 외국인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6706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이날까지 최근 2거래일은 순매도했지만 지난 3일부터 5거래일은 내리 순매수를 기록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외국인 지분율은 18.84%로 작년 말 대비 0.01% 상승했다. 삼성전자(50.54%→50.58%), SK하이닉스(54.72%→55.37%) 등 주요 종목 지분율도 오름세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미국 기술주의 가격이 부담스러워지자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한국 증시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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