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2년 10월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당시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전임자인 마우리시오 마크리 대통령이 받기로 한 570억달러 대출 중 440억달러의 만기를 연장하기로 국제통화기금(IMF)과 합의했다. 아르헨티나 사상 열 번째 디폴트(채무불이행)를 피하기 위해서였다.
구제금융 프로그램이 지속됐지만 경제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며 생필품 가격이 급등했고, 대통령 선거를 앞둔 페르난데스 정권의 퍼주기 정책이 물가에 기름을 부었다. 2023년 12월 아르헨티나 물가는 전달보다 25.5% 올랐다. 페소화 가치가 폭락하자 사람들은 암시장에서 달러화를 사들이기 시작했다. 이러한 상황은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이 집권한 뒤 바뀌기 시작했다.
정부 지출 줄이고 수출 늘려
13일 외신에 따르면 밀레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아르헨티나의 경제 구조를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다. 밀레이 대통령은 수출이 아니라 정부 지출과 소비를 통해 성장하는 구조가 아르헨티나 경제의 최대 문제라고 진단했다. 정부 지출을 늘리기 위해 중앙은행이 통화를 찍어냈는데, 이것이 인플레이션의 원인이라고 봤다.밀레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 지출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그는 취임 1주일 만에 국영 항공기 두 대를 매각했다. 정부 관용차와 운전기사도 절반으로 줄였다. 문화·교육·보건·노동 및 사회개발부를 인적자본부 하나로 통합하는 등 정부 부처를 18개에서 9개로 통폐합했다.
취임 한 달 만인 2023년 12월에는 공무원 약 5000명의 계약을 종료했고 지난해까지 3만5000여 명을 감원했다. 아르헨티나 공무원 비중은 2023년 2월 기준 전체 인구의 7.4%로 한국의 3배가 넘었다.
또 밀레이 대통령은 페소화를 54% 평가절하하는 강수를 뒀다. 2023년 12월 페소화 가치를 달러당 365페소에서 800페소로 낮추고 매달 2%씩 추가 절하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를 통해 암시장 달러 환율과 정부 공식 환율을 맞추고 수출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이었다.
이러한 조치에 힘입어 2023년 11월 55억9000만달러(약 8조2000억원) 적자였던 아르헨티나 무역수지는 12월 102억달러 흑자로 전환했다. 이후 지난해 11월까지 1년 연속 무역수지 흑자를 거뒀다.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11월 2.5%까지 낮아졌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지난 10일 “밀레이 대통령이 추진한 경제 개혁의 성공이 경제 안정화 및 성장을 위한 견고한 프로그램 시행을 가능하게 했다”고 평가했다. IMF는 지난해 -3.7% 성장한 것으로 추정되는 아르헨티나 경제가 올해 5%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달러라이제이션도 ‘착착’
개혁 과정에서 빈곤율이 급등하는 부작용도 있었다. 서민층을 대상으로 지급하던 교통비·에너지 등 보조금이 사라지고 정부 일자리도 줄어들면서다. 2023년 12월 44%였던 빈곤율은 3개월 만에 54.8%로 올랐다.다만 빈곤율 문제는 경제가 안정화되면 다시 회복되는 성장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마르틴 곤살레스-로지다 토르쿠아토 디텔라대 경제학 교수는 지난해 하반기 빈곤율이 36.8%로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밀레이 대통령은 대선 공약인 ‘달러라이제이션’(자국 통화의 달러화 대체)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모든 아르헨티나 시민은 달러나 자신이 고려하는 통화로 구매와 판매, 송장 발행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이달 안에 직불카드를 통한 달러 결제를 허용할 계획이다. 밀레이 대통령은 중앙은행의 무분별한 통화 발행을 막기 위해서는 통화 정책을 미국 중앙은행(Fed)에 맡기는 게 낫다고 주장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