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최대 태양광 발전단지…LG 배터리 4만여개 '빼곡'

입력 2025-01-13 17:59   수정 2025-01-14 08:03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콜링가시(市) 프레스노카운티로 가는 길은 지루하기 그지없었다. 올리브 나무가 병풍처럼 펼쳐진 시골길을 4시간 넘게 달리자 ‘태양광 숲’이 나왔다. 여의도 면적의 두 배가 넘는 미국 최대 태양광발전소인 ‘핍스 스탠더드’는 36만 장의 패널이 반사한 빛으로 반짝였다. 그 옆에는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 4만6000개로 가득 채운 컨테이너 240개가 자리 잡고 있었다. 태양광이 만들어낸 전력을 저장해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도록 해주는 이 ESS는 LG에너지솔루션의 자회사인 버테크가 공급했다.

배터리·자동차업계가 다가올 ‘트럼프 스톰’에 대비해 제품 포트폴리오 재정비에 들어갔다. 캐즘(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 둔화)과 보조금 폐지라는 ‘원투 펀치’가 기다리는 전기차에 매달리기보다 ESS와 하이브리드카로 무게중심을 옮기기로 했다. ‘트럼프 2.0 시대’의 최대 피해자로 지목된 배터리·자동차업계가 돌파구를 찾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런 전략에 따라 2026년 준공을 목표로 미국 미시간주에 짓고 있는 홀랜드 일부 공장의 생산 품목을 전기차 배터리에서 ESS로 전환하기로 했다. 충북 오창에서 제조한 ESS를 미국에 수출하는 방식에서 현지 생산·판매로 전환한 것이다. 전기차 시장 성장은 더디지만 미국 ESS 시장은 2022년 54억달러(약 7조8000억원)에서 올해 81억달러(약 11조8000억원)로 고속 성장이 예상되자 방향을 튼 것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위기 극복 카드로 하이브리드카를 꺼내 들었다. 미국 몽고메리 공장의 싼타페 하이브리드 생산량을 연 3만7000대에서 10만 대로 늘리고, 기아 조지아 공장에 텔루라이드 하이브리드 등 새 모델을 투입하기로 했다. 전기차 전용 공장으로 지은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에서도 하이브리드카를 생산하기로 했다.

콜링가=오현우/몽고메리=김진원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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