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의 1호 전기차 전용 공장으로 변신 중인 기아 오토랜드광명(경기 광명시 소하동 공장)이 54년 묵은 규제에서 벗어날 해결책을 찾았다. 정부, 지방자치단체, 경제단체 등이 공장 지목을 바꾸는 절충안을 마련해 그린벨트 환경부담금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기아는 투자 규모에 따라 최대 수천억원의 비용 절감 효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13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광명시는 기아의 신청을 받아 광명오토랜드 지목을 ‘대지’에서 ‘공장용지’로 변경하는 작업을 상반기 마무리하기로 했다. 1971년 이 땅이 그린벨트로 묶여 기아는 전기차 생산라인 전환 등 증축 대가로 수백억원의 부담금을 내야 했다. 대지에는 공장용지보다 6배 이상 높은 그린벨트 보전부담금이 부과된다. 정부와 산업계가 논의한 결과, 기아의 지목이 ‘대지’로 설정된 걸 발견해 해결 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광명오토랜드에 그룹 최초의 전기차 전용공장인 광명 EVO 플랜트를 준공했다. 당초 이곳을 전기차 전용공장으로 전면 전환하려고 했으나 낡은 규제로 인해 20만 대 생산라인 구축을 15만 대로 축소했다.
그린벨트 풀지 않고 지목 변경…기아 첨단 생산기지 확장 기회
현대차그룹은 2년 전 전동화 전환 전략에 따라 기아의 오토랜드광명을 전기차 전용 공장으로 전환하기로 하고, 20만 대 규모의 전기차 생산라인 증축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혔다.
공장이 들어선 이듬해인 1971년 지정된 황당한 그린벨트 규제가 전기차 생산라인으로의 전환을 가로막았다. 공장은 1970년부터 조성됐지만, 그린벨트로 지정돼 ‘개발제한구역 내 자동차 공장’으로 54년(올해 기준)간 묶인 것이다. 증축하려면 수백억원의 보전부담금을 물어야 했다. 이에 따라 기아는 전기차 생산라인 증축 계획을 20만 대에서 15만 대로 최소화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경제계는 “보조금을 주진 못할망정 미래 산업 투자를 가로막는 규제가 말이 되느냐”고 반발해 왔다. 광명시 등은 기업 투자 유치를 위해 그린벨트 지정 전에 설립된 공장은 그린벨트 보전부담금 부과율을 낮춰야 한다는 내용의 규제 완화 방안을 국토교통부 등에 건의했다. 하지만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 등의 이유로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 전용 공장을 짓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테슬라, 비야디(BYD) 등 처음부터 전기차 제조로 시작한 업체와 달리 현대차 등 기존 완성차 회사들은 ‘레거시 역효과’에 시달려 왔다. 내연기관 중심의 생산 설비와 기업 문화가 전기차 등 미래 모빌리티로의 전환을 가로막았다.
현대차가 전기차 전용공장을 짓기로 한 것도 이런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다. 전기차 전용공장에선 배터리 중심의 설계, 모듈화된 부품을 최적으로 활용하는 생산이 가능해진다. 포드도 미국 테네시주에 대규모 전기차 전용공장인 블루오벌시티를 건설 중이다. 폭스바겐그룹도 독일 츠비카우 공장을 2022년 전기차 전용공장으로 전환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역대 최대인 24조3000억원을 국내에 투자하는 등 EV 전용공장 건설에 대규모 투자를 집행한다. 하반기에는 기아 화성 ‘EVO 플랜트’를 완공하고, 고객 맞춤형 PBV 전기차를 본격적으로 생산할 예정이다. 2026년 상반기 가동을 목표로 건설 중인 현대차 울산 전기차 전용공장에서는 초대형 SUV 전기차 모델을 시작으로 다양한 차종을 양산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린벨트 규제가 없다면 기아가 더 큰 투자를 단행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국내외 경영 환경이 어려워진 만큼 경제 발전을 위해 기업의 발목을 잡는 규제들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