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배터리 정책' 머스크의 입에 달렸다

입력 2025-01-13 18:11   수정 2025-01-14 01:23

2억5900만달러(약 3700억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에게 쏟아부은 돈이다. 지난 대선에서 집계된 기부금 중 가장 큰 액수다.

머스크 CEO는 큰돈을 쓴 것에 걸맞은 보상을 받았다. 신설되는 정부효율부(DOGE)의 공동 수장을 맡는 게 대표적이다. ‘본업’인 전기차·배터리 관련 정책에도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됐다. “머스크 CEO의 행보에 트럼프 2.0 시대의 전기차·배터리 정책이 담겨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머스크 CEO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담긴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하는 데 적극 찬성하고 있다. 보조금이 없어지면 테슬라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더 부각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최근 실적 발표에서 “전기차 보조금이 폐지되면 테슬라에도 약간의 타격이 예상된다”면서도 “하지만 경쟁사에 더 치명적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테슬라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머스크 CEO는 테슬라를 전기차 제조기업에서 에너지솔루션 회사로 진화시키고 있다. 테슬라는 태양광 패널과 가정용 에너지저장장치(ESS), 에너지관리시스템(EMS) 등을 패키지로 묶어 팔고 있다. 가정에서 쓰고 남은 전기는 테슬라의 전력거래 시스템 오토비더를 통해 실시간으로 거래할 수 있다.

머스크 CEO의 전략은 맞아떨어지고 있다. ESS 등 에너지사업이 전기차보다 더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어서다. 지난해 3분기 테슬라의 에너지 발전·저장사업 매출은 23억7600만달러로 전년 대비 52% 늘었다. 같은 기간 관련 서비스 매출(27억9000만달러)은 27% 성장했다. 전기차 부문 매출(200억달러)은 6% 증가하는 데 그쳤다. 워낙 성장 속도가 빠르다 보니 10여 년 뒤에는 에너지사업이 전기차 시장 규모를 넘어설 것이란 예상이 나올 정도다.

중국산 배터리 규제는 머스크 CEO가 반발하더라도 그대로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테슬라는 중국 상하이 기가팩토리에서 세계 최대 배터리업체인 중국 CATL로부터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공급받고 있다. ESS용 배터리 셀과 팩도 이 회사에서 조만간 공급받는다. 테슬라는 미국 네바다주에서 CATL 기술로 ESS를 생산하기 위한 라이선스 계약도 논의하고 있다.

미국 국방부는 최근 CATL을 ‘중국 군사기업’ 명단에 등록하고 내년 6월부터 해당 기업과의 거래를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ESS, 휴머노이드, 무인전투기 등으로 배터리 사용처가 확대되고 있는 만큼 중국 제품 사용을 막아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향후 테슬라가 CATL에 주는 물량이 국내 배터리 3사에 넘어올 수 있다는 분석은 이래서 나온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미국 정부는 중국이 패권을 쥐고 있는 배터리 기술을 대체하기 위해 차세대 기술인 리튬황배터리, 전고체배터리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크다”며 “이 경우 국내 배터리 3사에 새로운 기회가 열릴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진원/오현우 기자 jin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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