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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채권 금리가 계속 오르고 있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연내 금리를 인하하는 것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시장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채권 금리 상승은 채권 가격의 하락을 의미한다.
13일(현지시간) 10년 만기 미국채 금리는 4.77%를 기록했다. 이미 20년물 국채 금리는 5.03%에 도달했다. 지난 10일 미 노동부가 발표한 폭발적인 고용 보고서가 미국채 금리 상승 행진에 압박을 더했다.
금리 인하 기대가 흐려지자 미국 달러화는 2년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 달러화 가치를 여러 통화 대비 나타낸 달러 지수는 이 날 110.17로 최근 상승세를 이어갔다.
월가 은행들은 예상보다 강력한 고용 데이터가 나온 후 올해 금리 인하 전망치를 줄줄이 내리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와 도이체뱅크는 올해 연준이 금리를 전혀 내리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여기에 재정 건전성과 물가 우려 보다는 감세와 관세를 우선시하는 트럼프가 백악관 복귀를 앞두고 있다. 트럼프의 감세는 재정 적자를 가속화시켜 국채 발행 증가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채권 가격이 속락하는데 공급되는 채권이 늘면 채권 가격하락,즉 채권 금리 상승은 불가피하다.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지난 해 9월 이후 4달 만에 1%포인트 이상 치솟았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전세계 금융위기 직전이었던 2007년,2008년 이후로는 이렇게 짧은 기간에 10년물 미국채 금리가 1% 포인트 이상 오른 것은 처음이다.
월가에서는 점점 더 5%를 달러 가치에 대한 새로운 표준으로 보고 있다. 국채 금리 급등은 일본과 영국에서도 비슷하게 일어나고 있다.
금리가 투자 심리에 주는 신호 역할을 감안할 때, 28조 달러 규모의 미국 채권 시장의 긴장이 주는 파급 효과는 막대하다. 미국 모기지 금리는 7%를 넘어 올라가는 추세인데 가계가 지불하는 이자가 더 늘면 미국 경제를 지탱하는 수요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주식 시장에도 독이 될 수 있다. 지난 주 초 리사 쿡 연준 이사는 미시간대학교 연설에서 "주식과 회사채의 리스크 프리미엄이 역사적으로 낮다"고 지적했다. 주식이나 회사채 같은 위험 자산의 기대 수익은 무위험 자산의 기대 수익보다 높아야 하는데 지난 2년간의 주가 상승으로 이 수준이 역사적으로 낮다는 뜻이다. 이 경우 부정적 경제 데이터나 투자 심리의 변화로도 주식 시장 급락이 초래될 수 있다고 쿡 이사는 언급했다.
역사학자들은 10년물 국채 금리가 지속적으로 상승할 때는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와 닷컴 버블 붕괴와 같은 시장 및 경제 침체를 예고했다고 지적한다. 최근 몇 년간의 초저금리 덕분에 일부 차용인은 최근의 금리 급등에서도 보호받는 조건을 확보할 수 있었지만, 추세가 지속되면 압박 지점이 생길 수 있다.
특히 이번에는 연준이 금리를 인하한 만큼 10년물 미국채 금리가 동시에 급등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지난 9월에 연준이 연방기금금리를 50bp 내렸고 12월에 25bp를 내리는 동안에도 국채 금리는 100bp나 올랐다.
스코샤 뱅크의 전 채권 전략가 및 헤지펀드 매니저였던 가이 헤이젤만은 “현재 10년물 금리가 연준의 금리 인하폭 이상으로 오르는 현상에 대한 유일한 설명은 시장에서 인플레이션 기대가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마켓워치와의 인터뷰에서 "거대한 재정 적자와 재무부의 채권 발행이라는 변수는 9월 첫 금리 인하 전 10년물 금리가 3.6%였을 때도 알려진 변수였다”고 말했다. 따라서 9월 이후 100베이시스포인트 이상 상승한 것은 인플레이션 기대 이외에는 설명이 안된다는 것이다.
지난 주 발표된 서비스 산업 비용 증가와 12월의 일자리 증가도 인플레이션이 반등하는 것 아니냐하는 의심을 키우고 있다. 연준이 선호하는 인플레이션 지표인 11월 개인소비지출(PCE)는 11월까지 2.4% 상승했다. 이번 주 수요일에 발표될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헤드라인 물가는 2.9%, 핵심 CPI는 3.3% 올랐을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들의 경계심도 높아지고 있다. 미시간 대학의 심리 지표에서 미국 소비자들이 예상하는 향후 5~10년간 인플레이션 예상치가 2008년 이후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준의 정책 입안자들도 최근 높은 금리를 더 오래 유지하는 것을 지지한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문제는 통화 정책만이 아니다. 미국의 부채와 적자가 쌓이면서 투자자들은 재정 및 예산 결정과 그것이 시장과 연준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주시하고 있다.
국채를 매각하겠다고 위협하면서 미국 정부 예산 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투자자들을 일컫는 ‘채권 자경단’ 활동이 가시화되고 있다. 소시에테 제네럴의 글로벌 전략가 앨버트 에드워즈는 “달러가 기축 통화이기 때문에 미국이 무한정 차입할 수 있다는 주장은 유효하지 않다”는 것이 채권 자경단의 시각이라고 말했다.
예산 적자 문제도 심각하다. 비당파 의회 예산국은 올해 예산 적자가 2025년 국내 총생산의 6%를 초과할 것으로 추산했다. 트럼프가 관세·감세·규제 완화를 내세울 경우 재정 적자와 인플레이션 가속화 가능성은 한층 높아질 것이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2034년까지 미국 부채 대 GDP 비율이 132%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를 지속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한다.
트럼프의 등장은 적자 증가에 방아쇠를 당길 수 있다. 트럼프와 그의 측근들은 연방 예산 감축을 주장하면서도 정작 감세·이민정책 등 재정 적자를 키울 위험이 있는 정책은 지지하고 있다.
워싱턴에 있는 감시 기관인 책임 있는 연방 예산 위원회는 트럼프의 감세 관세 등 경제 정책이 2035 회계연도까지 7조 7,500억 달러의 재정적자를 늘릴 것으로 추산했다.
PGIM 채권의 그레그 피터스는 "이 환경에서 10년 수익률이 5%를 넘어도 충격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블랙록과 T.로우 프라이스는 "투자자들이 장기 국채를 매수하려면 5%가 합리적인 목표"라고 최근에 밝혔다.
일부 전문가들은 금리 상승의 이면에 패러다임 전환의 구조적 이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JP모건 체이스의 전략가들은 “탈세계화,인구 고령화,정치적 불안정성,기후 변화에 맞서 돈을 써야 할 필요성이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미래에도 4.5%를 넘을 것으로 예상하는 이유”라고 주장했다.
김정아 객원기자 kj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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