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은 엔비디아가 해당 업체들에 하드웨어인 AI 가속기는 물론 소프트웨어인 AI 플랫폼까지 제공한다는 데 있다. AI 반도체 등 하드웨어에 머물지 않고 직접 AI 모델을 개발해 절대강자가 없는 의료 분야 AI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의도다. 엔비디아는 이날 지난해 JPMHC에서 공개한 자체 AI 신약 개발 플랫폼 ‘바이오니모(BioNeMO)’에 단백질 디자인 툴을 추가했다고 발표했다.
유전자 관련 데이터를 학습시킨 AI로 신약 개발 속도를 획기적으로 단축하는 걸 넘어, AI 에이전트(비서)가 다중 치료용 단백질을 설계하는 단계로 나아갔다. 생성형 AI가 단백질의 3D 모델을 만들면, 추론과 논증에 특화된 AI가 단백질 간 최적의 결합을 구성하는 방식이다. 파웰 부사장은 “단백질 기반 치료제는 인슐린에서 항체에 이르기까지 안전한 치료법으로 의학을 혁신했지만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단점이 있었다”며 “AI로 패러다임이 전환됐다”고 말했다.
AI로 의료 분야의 노동력 부족 문제도 AI로 해결하겠다는 게 엔비디아의 구상이다. 글로벌 의료 산업 규모를 약 10조달러(약 1경4700조원)로 추산한 파웰 부사장은 “AI의 최종 단계인 ‘물리적(physical) AI’는 수술용 로봇 등 전 분야에 걸쳐 이런 문제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6일 ‘CES 2025’ 기조연설에서 “로봇산업에 ‘챗GPT 모멘트’(챗GPT가 대중화하기 시작한 순간)가 왔다”며 로봇이 AI를 지능으로 활용하는 물리적 AI를 내세웠다. 이러한 물리적 AI가 수술용 로봇 등 의료 산업에 적용되면 폭발적인 파급력을 가질 것이란 설명이다.
AI는 이미 바이오·의료 산업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프레시던스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의료 분야 AI 시장 규모는 266억9000만달러(약 39조원)로 전년(192억7000만달러)과 비교해 1년 새 38.5% 급증했다. 2034년에는 시장 규모가 23배 불어난 6138억1000만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행사를 찾은 참가자들은 바이오·의료산업에서 AI 혁명이 예고돼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한 미국 헬스케어 업체 관계자는 “신약 개발 과정에서 AI를 본격 도입한 것은 불과 1년 남짓인데 이제는 AI 없이 개발하는 게 상상이 안 될 정도”라며 “의료용 로봇의 범위가 확대되면 그 파괴력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송영찬 특파원 0full@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