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한' 美경제 호조, 글로벌 국채 금리 급등세 이끈다

입력 2025-01-14 08:41   수정 2025-01-14 15:44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들의 국채 금리가 최근 몇 주간 급등했다. 이는 글로벌 주식 시장에 충격을 주고, 부채가 많은 해당 국가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美, '불확실한' 경제 호조에 금리 급등 주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3일(현지시간) "최근 주요국에서 발생한 국채 매도 현상은 단기 금리를 인하하려는 해당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당국의 기준금리 인하 목적은 소비자와 기업의 차입 비용을 낮추는 것이지만, 국채 금리 상승은 오히려 차입 비용을 높이며 금융 여건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점에서다. 미국의 30년 모기지 평균 금리는 지난주 연 6.9%로 뛰었다.

분석가들은 최근의 채권 시장 매도세를 미국이 주도했다고 보고 있다. 미국 국채 금리는 작년 10월 고용지표가 호조세인 것으로 발표되면서 경기 침체 우려를 잠재운 후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관세 인상 등 각종 정책 공약이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는 투자자들의 예상으로 인해 금리가 추가로 올랐다. 미 중앙은행(Fed)이 올해 금리 인하 전망을 축소한 것도 금리 급등세에 기름을 부었다.



국채 금리는 일반적으로 채권의 만기 동안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어떻게 조정할지에 대한 투자자의 기대치에 따라 결정된다. 미국 국채 금리가 독일 국채 금리보다 높은 이유는 유럽 경제가 더 약해서 유럽중앙은행(ECB)이 정책금리를 더 낮게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리 변동은 상호 연관돼 있어 미국 국채 금리가 상승하면 더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들이 독일 국채를 매도하고 미국 국채를 매입함에 따라 독일 국채 금리도 상승(채권 금리는 채권 가격과 반대로 움직임)하게 만든다.

WSJ은 "희소식은 미국 국채 금리 상승이 일반적으로 견고한 경제 성장세를 반영하며 이는 기업 수익이 긍정적일 것이라는 의미"라고 전했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여전히 Fed의 목표치인 2%를 웃돌지만 2022년 정점을 찍은 이후 크게 하락했다. 반면 미국 경제 성장률은 다른 주요 선진국들보다 훨씬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만 미국 국채 금리 상승이 일부 부정적인 요인으로 인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라고 WSJ는 지적했다. 이는 장기 금리 전망 및 물가상승률에 대한 불확실성 증가, 연방정부 예산 적자 우려 등이다. 이미 연간 2조 달러에 육박하는 예산 적자 규모가 더 커질수록 재무부는 더 많은 국채를 발행해야 하고, 이는 기존 채권의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다.



최근 미국 10년 만기 국채의 기간 프리미엄은 연 0.7%에 육박하며 수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장기 국채 금리는 투자자들의 단기 기준금리 전망치 외에도 기간 프리미엄(term premium)이라는 요소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투자자가 10년 만기 이상의 장기 국채를 보유하는 데 각종 불확실성과 위험을 반영해 추가로 요구하는 보상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장기적으로 물가가 높아질 경우 국채의 실질 수익률이 하락하므로 투자자들은 이를 보상받기 위해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한다.
경제 약한 유럽은 "금리 인하 계속"
또한 미국과 일부 다른 선진국들은 경기 침체가 아닌 상황에서도 이례적으로 큰 재정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금리 상승은 정부의 이자 비용을 증가시켜 적자 규모를 더욱 확대시킨다. 미국은 국채가 세계 금융 시스템의 기초로 작용하고 있어 다른 국가들보다 유리하지만, 다른 주요국들의 상황은 우려스럽다. 일례로 영국의 경우 2022년 예산 심의 과정에 금리 급등세에 의한 이자 비용 부담이 반영된 뒤 당시 영국 정부가 깜짝 감세안을 내놓자 국채 시장이 붕괴한 바 있다.

금리 상승은 경제 전반의 차입 비용을 높이고, 투자자들이 국채 보유로 얻을 수 있는 무위험 수익률을 상승시킴으로써 주식 시장에 압박을 가할 수 있다. 안전자산의 수익률이 상승하면 주식과 같은 위험 자산이 더 비싸게 느껴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특히 역사적 기준으로 이미 고평가되어 있는 주식 시장이 현재 높은 금리 환경에 더욱 취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가 개발한 경기조정 주가수익비율(CAPE)은 작년 말 37배를 넘어섰다.



한편 이날 유럽중앙은행(ECB) 위원인 올리 렌 핀란드 중앙은행 총재는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Fed의 기준금리 경로와 무관하게 정책금리를 인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ECB는 Fed의 13번째 은행이 아니며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의 물가 조정이라는 임무에 기반해 정책금리를 결정한다"며 "디스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 둔화)이 궤도에 오르고 성장 전망이 약화하는 상황에서 금리 인하를 계속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보리스 부이치치 크로아티아 중앙은행 총재도 "(금리인하에 대한) 시장의 단기적 기대가 정당해 보인다고 말할 수 있다"고 했다. Fed의 금리인하 속도조절론과 이에 따른 미국과 유럽의 기준금리 격차 확대, 유로화 가치 하락에도 점진적 금리인하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