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을 보면서 밥을 먹는 등 이른바 '산만한 식사'가 체중 증가와 연관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화제다.
지난 9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산만한 식사는 체중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제하의 기사에서 네덜란드 라이덴대학 연구팀의 이러한 연구 결과를 인용했다.
보도에서 연구팀은 산만한 식사는 과식을 유발하고, 단시간에 허기를 느끼게 하며 제대로 음식의 맛을 감지하는 것도 방해한다고 밝혔다. 로테 반 딜런 라이덴대학 사회심리학과 교수는 "식사 중 스마트폰 사용과 같은 다른 일을 하는 것은 뇌의 신호를 방해해 식사를 온전히 즐기는 것을 방해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 1)과 렙틴 등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들은 분비되는 데 약 20분이 소요되는데, 주의가 산만해지면 이 호르몬 분비 감지 능력이 떨어져 과식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또 뇌에 인지 부하가 발생해 음식의 제대로 된 맛과 향을 감지하는 능력도 저하된다고도 덧붙였다.
실제 연구팀이 42명의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인지 과제의 난이도에 따른 맛 감지 능력을 실험했다. 그 결과, 어려운 과제를 수행하며 레모네이드를 마신 그룹은 쉬운 과제를 수행한 그룹보다 50% 더 많은 당을 섭취하고도 단맛을 덜 느낀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연구팀이 참가자 4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후속 연구에서도 두 그룹은 같은 당도의 설탕물을 마셨으나, 쉬운 과제를 수행할 때보다 어려운 과제를 수행할 때 단맛을 덜 느낀다는 결과가 나왔다.
또 어려운 과제를 수행할 때 인간의 뇌 영역 중 미각 처리를 담당하는 섬엽과 고차원적 인지에 활성화되는 전전두엽 피질의 활동도 감소했다. 이 외에도 산만한 식사가 단맛뿐만 아니라 쓴맛, 신맛, 짠맛 등 모든 맛의 감지 능력을 저하시킨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로테 반 딜런 교수는 "현대인들은 언제 어디서나 모든 것을 할 수 있게 됐지만, 이는 건강한 식습관에는 좋지 않다"며 "더 많이 먹는데도 식사를 즐기지 못하는 건 비극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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