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평론가 김갑수(66)가 은퇴 콘서트에서 정치권을 비판한 가수 나훈아(78)의 발언을 비판했다.
13일 유튜브 채널 '매불쇼'에는 '열받은 김갑수 '나훈아는 교활한 노인''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게재됐다. 이날 김갑수는 나훈아에 대해 "비열하다"고 평하면서 "중립 행보라기보다 자기는 어느 쪽의 편을 들고 있는데 입장 곤란할 때 저렇게 피해 간답시고 저렇게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훈아는 지난 10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돔(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라스트 콘서트 - 고마웠습니다!'에서 자기 '왼팔'을 가리키며 "너는 잘했나"라며 "우리 어머니는 형제가 어떤 이유가 있어도 싸우면 안 된다고 했다. 하는 꼬락서니가 정말 국가를 위해서 하는 짓거리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큰 화제를 모으며 정치권에서도 야당을 중심으로 비판하는 반응이 나왔다. 하지만 12일 공연에서도 "선거할 때 보면 한쪽은 벌겋고, 한쪽은 퍼렇고 미친 짓을 하고 있다"며 "1년 만 내게 시간을 주면 경상도 출신은 전라도에, 전라도 출신은 경상도에서 국회의원에 나가도록 법으로 정하게 하겠다"고 재차 말했다.
그러면서 논란을 의식한 듯 "왼쪽이 오른쪽을 보고 잘못했다고 막 그런다. 그래서 제가 '네는 잘했나!'라고 한 것"이라며 "이게 무슨 말이냐, '그래 (오른쪽도) 별로 잘한 게 없어' 이런 이야기다. 그렇지만 '네는 잘했나' 이 얘긴데, 이걸로 또 딴지를 걸고 앉아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오늘 마지막 공연이니까 속 이야기를 해야겠다. 국회의원인지 도지사인지 잘 들으라"며 "나보고 뭐라고 하는 저것들, 자기 일이나 똑바로 하라. 어디 어른이 이야기하는데 XX들을 하고 있느냐"고 덧붙였다.
김갑수는 "나훈아가 78세"라며 "그러니까 유명인이자 78세 먹은 한 노인의 음성으로 들어야 한다. '그 또래 노인들은 왜 그럴까'라는 관점에서 지켜봐야 할 거 같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어 "태극기 집회 노인들, 집회까지는 안 나가더라도 한국에 사는 일반적인 70·80대 노인들의 일반적인 정서"라며 "경험적으로 이분들도 계엄령이 발동되면 민주주의 체제는 없어지고 개인 인권·자유가 사라지는 것을 안다. 그러나 그런데 '자유민주주의가 밥 먹여주느냐'는 것이 이들의 제일 큰 인식"이라는 의견을 덧붙였다.
또한 "이들에게는 민주주의 체제하에서 작동되는 현대사회가 굉장히 거추장스럽고 불편하고 사치스러운 것으로 생각한다"며 "거기에 하나 더 추가하자면 '조선 놈은 강하게 때려잡아야 말을 듣고 그래야 나라도 발전했다'고 본다. “이분들은 한국이 최저 빈국에서 선진국으로 오기까지 강한 독재자들이 강한 힘으로 조선 놈들을 때려잡아서 여기까지 성공했다고 생각하고, 이 인식은 변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김갑수는 또 "한국의 젊은층들 40·50대까지는 민주주의 효용성을 경험해서 정상적인 서방 민주주의가 온당하다는 것을 깨우쳤다"며 "70·80대는 안 변한다. 그러니까 나를 반대하는 세력은 옛날에는 '발(빨)갱이'했으면 됐는데 현실에서 잘 안 먹히니까 온갖 억지 소리를 한다. 나훈아씨가 경상도·전라도 일당독재라는 다른 논점을 들며 물타기를 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김갑수에 앞서 지난 12일 박정훈 해병대 대령의 법률대리인인 김규현 변호사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일제가 쳐들어오는데 '조선 니는 잘했나', 강간범이 있는데 '피해자 니는 잘했나'"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12·3 내란사태를 양비론으로 바라보는 태도 속에 담긴 위험을 꼬집은 것으로 해석된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11일 SNS에 "평상시 같으면 좌우 싸우지 말고 통합정신으로 정치를 잘해야 한다는 말씀이 지당하고 백번 옳지만, 12·3 내란사태는 전혀 다른 차원의 얘기"라며 "'우'도 문제지만 '좌보고 니는 잘했나' 이런 양비론으로 말하면 대한민국 정의는 어디에 가서 찾아야 하나"라고 비판했다.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SNS에 "현재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비상계엄과 내란이 무슨 일이고, 왜 벌어졌는지, 누구 때문이고, 대한민국을 정상으로 되돌리기 위해 우리 국민이 어떻게 하고 있는지 알고나 그런 말을 하는지 진심 묻고 싶다"라며 "그냥 살던 대로 살라, 당신 좋아했던 팬들 마음 무너뜨리지 마시고"라고 저격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측은 나훈아의 발언을 야권 인사들이 비난한 것에 부적절하다고 나서고 있다. 호준석 국민의힘 대변인은 "지극히 상식적인 나훈아 씨의 콘서트 발언에 민주당이 감전이라도 된 듯한 반응을 보인다"며 "민주당은 자기편 안 들면 '가황'도 '내란선전죄'로 고발할 판"이라고 비판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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