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빙그레는 전날 4.67% 오른 8만5100원에 장을 마쳤다. 최근 한 달(13일 기준)간 16.7% 뛰었다. 빙그레 주가가 종가 기준 8만5000원을 넘어선 건 지난해 8월1일(8만7900원) 이후 약 5개월여 만이다. 지난해 9월9일(5만9200원)까지 밀린 저점과 전일 종가를 비교하면 43.8%나 올랐다.
빙그레 주가 상승은 기관투자가가 주도하고 있다. 최근 한 달간 기관은 빙그레 주식 121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주가가 본격 반등하기 시작한 지난해 11월(122억원)과 12월(75억원) 총 197억원어치를 담았다. 반면 개인은 최근 한 달간 빙그레 주식 92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주가가 바닥권에서 반등하자 서둘러 일부 보유 물량을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페이 '내자산 서비스'에 따르면 전날 기준 빙그레 투자자 총 1357명의 평균 매수가는 7만8531원으로, 평균 수익률은 8.36%를 기록하고 있다.
대표 제품 '바나나맛 우유'와 빙과 등 제품 수출이 확대돼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가 커진 점이 주가를 밀어올린 것으로 보인다. IBK투자증권에 따르면 빙그레는 별도 기준 지난해 수출액으로 전년 대비 20% 늘어난 1500억원, 수출 비중은 2%포인트 상승한 12%를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내수 침체에 따른 소비 위축으로 바나나맛 우유를 제외한 흰우유·요거트·주스 등 대부분의 제품 판매가 부진한 반면 미국으로의 바나나맛 우유 수출이 늘어나며 지난해 수준의 매출이 유지될 것이란 분석이다. 냉동류 제품의 경우 메로나의 미국 판매가 호조세를 보인 가운데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와 중국으로의 수출 회복세도 이어졌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빙그레는 당장 지난해 4분기 시장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를 웃도는 실적을 기록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IBK투자증권은 빙그레의 지난해 4분기 연결 기준 매출을 전년 동기 대비 5.9% 늘어난 2941억원으로 추정했다. 영업손실은 24억원으로 적자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 마이너스(-) 72억원과 비교하면 적자폭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김태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관세 이슈 이후 캐나다(식물성 메로나) 수출이 회복되는 가운데 빙그레가 영국과 프랑스 등 유럽으로의 식물성 메로나 판로를 확대하고 있어 중장기 수출 확대 여력이 높다"고 분석했다.
또 빙그레가 인적분할에 나서고 주주환원을 강화한 점도 주가 상승을 뒷받침한 원인으로 분석된다. 앞서 빙그레는 지난해 11월 지주회사로 전환하기 위해 서로 다른 두 기업으로 나누는 인적분할을 한다고 발표했다. 존속회사인 빙그레홀딩스(가칭)는 지주회사로 투자 부문을 관리하고, 신설회사인 빙그레(가칭)는 기존 유가공 제품 등 음식료품 생산·판매 부문을 담당한다. 핵심 사업부를 빙그레에 몰아주면서 투자 매력이 올라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아울러 빙그레는 분할 기일인 오는 5월1일 이전까지 보유 자사주 전량(10.25%)을 소각한다는 방침이다.
장지혜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인적분할 후 신설회사 빙그레는 해외 수출 성장에 따른 영업 레버리지 효과가 온전히 드러날 것"이라며 "해외 실적 비중 확대에 따른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리레이팅(재평가)도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해외 자회사가 지주사 아래로 들어가면서 해외 실적 인식에 대한 아쉬운 부분은 있지만, 현지 영업 관련 투자 비용 부담이 구분돼 사업 회사의 실적 개선은 더욱 두드러질 것"이라며 "분할과 별개로 자사주 10.25%를 전량 소각하기로 한 만큼 주주 가치 제고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고정삼 한경닷컴 기자 js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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