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사흘 만에 20만원선을 내줬다. 미국 국채금리 상승 여파에 기술주가 하락하자 국내 증시에서도 외국인이 앞다퉈 SK하이닉스 주식을 팔아치운 결과다. 다만 14일 증권가에선 SK하이닉스의 호실적을 감안하면 주가가 조정받을 때 저가 매수에 나서는 전략이 유리하다고 조언한다.
13일 SK하이닉스는 전날보다 4.52% 하락한 19만4300원에 장을 마감해 코스피 시장 수익률(-1.04%)을 크게 밑돌았다. 지난 9일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만났다는 소식에 20만원을 돌파하며 상승세를 이어가는 듯했지만, 3거래일 만에 19만원대로 내려앉았다.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세가 주가를 끌어내린 모양새다. 외국인은 전날 하루 SK하이닉스 주식 1677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외국인 순매도 2위다. 순매도 3위 현대차(449억원)를 크게 앞질렀다. 개인은 1524억원, 기관은 139억원 순매수하며 물량을 받아냈다.
미국 증시에서 반도체주가 약세를 보이자 SK하이닉스에 대한 투자심리도 위축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일(현지시간) 주요 반도체주로 구성된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전장 대비 2.42% 하락했다. 엔비디아도 3% 밀렸다. 현재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연 4.8%에 육박한 상황이다.
금리 인하 전망이 위축되며 국채 금리가 뛰어올랐다. 최근 미국 노동부는 작년 12월 미국 비농업 일자리가 전월 대비 25만6000명 증가했다고 밝혔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15만5000명)를 크게 웃돌았다. 지난해 12월 실업률도 4.1%로 전월(4.2%)보다 하락했고, 전문가 예상치(4.2%)도 밑돌았다. 오는 15일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도 예정돼있어 경기에 대한 경계감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문가들은 주가 조정을 저가 매수 기회로 사용하라고 조언한다. SK하이닉스는 인공지능(AI) 열풍에 올라타 이익 방어력을 갖췄다는 분석에서다. 특히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사업자(CSP)는 앞다퉈 AI에 투자하고 있다. DS투자증권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설비투자액 800억달러(약 118조원) 중 대부분이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구매하는 데 사용될 것으로 봤다.
이수림 DS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능력을 늘리고 있다. 증설은 2025~2026년 HBM 수요가 견고할 것이란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특히 SK하이닉스의 보수적인 증설 기조를 감안하면 고객사의 요청이 있던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했다. 이 증권사는 SK하이닉스를 반도체 업종 내 대형주 최선호주로 꼽았다.
삼성전자가 4분기 실망스러운 잠정 실적을 발표했지만 SK하이닉스의 실적은 견조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SK증권은 SK하이닉스의 작년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로 8조650억원을 제시했다. 이는 전 분기 대비 15%, 전년 동기 대비 2231% 늘어난 수치다. 2024년 연간 영업이익은 23조4490억원에 달할 것으로 봤다.
증권사의 눈높이도 다시 높아지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월 SK하이닉스에 목표주가를 제시한 6개 증권사의 평균 목표가는 28만5000원이다. 12월 제시된 목표가 평균치(25만6000원)를 웃돌았다. BNK투자증권은 목표가를 기존 25만원에서 31만원으로 높이며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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