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시장이 꽁꽁 얼어붙은 가운데 케이옥션이 올 들어 첫 미술품 경매를 연다. 매년 초 케이옥션과 나란히 경매를 열던 서울옥션은 올해 1월 경매를 쉬어가기로 했다.
케이옥션은 오는 22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본사에서 총 118점(약 70억원어치)의 작품을 경매에 올린다. 가장 눈에 띄는 건 경매 시작가와 추정가 등이 예년에 비해 전반적으로 하락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국내 미술품 경매 낙찰률이 50% 미만으로 떨어질 만큼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 게 반영됐다는 해석이다.
단적인 예가 김환기의 ‘4-XI-69 #132’다. 이 작품은 2021년 한 조각 투자 회사가 14억원에 매입했다가 2023년 15억4000만원에 손바뀜했던 이력이 있다. 그런데 이번 경매에서는 추정가 8억~18억원에 출품됐다. 경합이 붙을 가능성이 높긴 하지만 이론적으로는 8억원에 낙찰받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의 대표 연작, 즉 국내 미술시장의 ‘초 우량주’라는 점을 감안하면 시작가를 매우 보수적으로 잡았다.
이 밖에 경매에서 눈에 띄는 고가 작품으로는 김환기의 또다른 작품 ‘무제’(시작가 9억5000만원, 추정가는 별도 문의), 천경자의 ‘백일’(추정가 3억~5억5000만원) 등이 있다. 이배의 ‘불로부터-ch3-19’(1억5000만~2억5000만원), 김창열의 ‘회귀 SH9006’(2억4000만~4억원), 하종현의 ‘접합 97-012’(3억~5억3000만원) 등도 새 주인을 찾는다.
우국원의 ‘Conversation Got Boring’(1억~2억원)도 주목할 만하다. 이 작품은 배우 손예진이 2018년 TV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을 때 집 거실에 걸려 있었던 작품이다. 이후 소장자가 바뀌었고, 이번 경매에는 손예진이 아닌 다른 사람이 작품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경매 출품작들은 22일 경매 시작 전까지 케이옥션 전시장에서 예약 없이 누구나 무료로 감상할 수 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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