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료 폭탄 맞을라"…추위에 떠는 유럽 '파격 결단' 내리나

입력 2025-01-14 11:41   수정 2025-01-14 13:01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유럽 전력 가격이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풍력 발전량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고 추운 날씨로 난방 수요가 증가하면서다.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독일의 주간 단위 선물 전력 가격(도매 기준)은 전주 대비 12% 상승해 메가와트시(MWh)당 122유로를 기록했다. 전기 시장에서 선물 계약은 미래의 전력 공급을 미리 거래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전력을 사용할 기업이나 전기 유통사가 현재의 선물 시장에서 정해진 가격에 전력을 확보하는 구조다.

이 가격은 통상 주간 단위의 평균 전기 사용량과 공급량을 반영해 산정된다. 블룸버그는 "영국에서도 전기료가 지난주보다 14% 가까이 급등해 MWh당 109.4파운드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이는 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감소하는 '둥켈플라우테(Dunkelflaute)' 현상이 재발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블룸버그는 "이번 겨울 둥켈플라우테 현상이 몇 차례나 반복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로 인해 지난해 말 영국 전력 가격이 몇 시간 동안 MWh당 1000파운드를 돌파했다. 독일에서도 지난달 12일 해가 진 직후인 오후 5시 도매가가 MWh당 936유로로 급등했다. 도매 전기료가 당시보다는 안정됐지만, 10%가 넘는 상승폭은 발전량이 들쑥날쑥한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이 여전히 전기 시장의 변동성을 키우고 있음을 보여준다. 블룸버그는 "이번 풍력 발전량 감소는 1월 날씨가 평년보다 낮을 것으로 예상되(며 난방용 전기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노르웨이 시장조사기업 Veyt에 따르면 이번 주 중앙서유럽 지역의 풍력 발전량 예측치는 당초 시간당 25~30기가와트시(GWh) 정도로 예상됐었으나, 대부분 20GWh 이하로 크게 하향 조정됐다. 블룸버그 모델에 따르면 오는 14일 독일 전체 풍력발전소의 순간 최대 전력 생산량(전력 용량)은 2만4000메가와트에 달하지만, 15일에는 2200메가와트로 급감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영국 전역의 풍력 발전 총용량 역시 13일 1만5000메가와트에서 16일 3600메가와트까지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독일의 태양광 발전 총용량도 14일 약 1만3000메가와트에서 15일엔 4500메가와트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프랑스로도 불똥이 튀고 있다. 프랑스는 영국, 독일에 비해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작고 원자력 발전량이 전체 발전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원전 강국이다. 최근 프랑스 전력 가격은 MWh당 189.5유로로 한 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급감한 독일 등 인접 국가로의 전기 수출이 늘면서 프랑스 전기료를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독일에선 강경우파 성향의 '독일을 위한 대안(AfD)'을 중심으로 반(反)재생에너지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이는 "취임 후 신규 풍력 발전소를 짓지 않겠다"는 공약을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기조와 비슷하다는 분석이다. AfD의 차기 총리 후보로 선출된 앨리스 바이델 공동대표는 최근 전당대회에서 "모든 풍력 터빈을 철거하겠다"고 말했다. AfD는 재생에너지 보조금 삭감 등을 주장하며 풍력 발전 확장에 반대하는 공약을 이미 내세우고 있는데,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 강경 발언을 내놓았다.

한편 Veyt는 "낮아진 풍력 발전량 예측치가 유럽 탄소 시장에 강세 신호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기간 동안 재생에너지 전력 생산량이 급감하고 화석연료 기반 발전량이 공백을 메우게 되면 유럽연합(EU) 내에서 탄소 배출권 수요가 오를 것이란 점에서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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