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승 떨치는 '부업 사기'…언론사 사칭하며 공신력 빌리기도

입력 2025-01-14 13:16   수정 2025-01-14 13:42


온라인 쇼핑몰 부업이나 공동구매 아르바이트를 모집한다며 피해자들에게 입금을 유도하고 이를 가로채는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최근엔 유명 온라인 쇼핑몰을 사칭하는 방식에서 언론사 등 공신력 있는 기관을 사칭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 당국의 사이트 차단이 이뤄져도 해외 서버를 둔 사기 범죄 일당이 사이트를 사실상 ‘무한 개설’하는 와중에 별다른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피해가 양산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종 언론사 사칭 사기
13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A언론사를 사칭한 사이트 개설자 등을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상표법 위반 등 혐의로 수사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해당 언론사의 사이트 디자인과 자회사 등 세부 사항을 모방한 사이트를 개설해 피해자들에게 "정규직으로 취업시켜 주겠다"고 속이고, 개인정보를 탈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지난 6일부터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A 언론사를 사칭해 신규 사업에 필요한 신입 정규직, 부업 알바를 모집한다는 사기 사이트를 제작·운영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일당은 언론사를 사칭하기 이전에 주로 유명 온라인 쇼핑몰 사칭 사이트를 개설한 뒤, 문자메시지와 SNS, 아르바이트 채용 플랫폼 등을 통해 “장소에 상관없이 재택근무로 월 200만~300만 원 이상의 수익이 가능하다”며 피해자들을 꼬드겼다. 이후 피해자들에게 “쇼핑몰 활성화를 위해 물품을 주문하고 후기를 남기면 물품구매액에 10~15%를 수수료로 지급하니 하니 입금하라”고 요구한 뒤, 입금이 확인되면 잠적하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던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 언론사도 즉각 대응에 나섰다. 피해 언론사 관계자는 “보도로 수십 년 쌓아 올린 브랜드 가치가 사기 사이트로 인해 크게 훼손됐다”며 “홈페이지에 관련 사기 사이트 관련 주의를 상세하게 설명했지만, 구독자들에게 ‘직원을 모집하는 게 맞냐’는 전화가 계속 와 업무에 지장이 크다”고 호소했다. 피해를 입은 언론사는 현재 자체 홈페이지에 '피싱 사이트 주의 및 안전 이용 안내'라는 공지를 올려 구독자들에게 개인정보 제공이나 금전거래에 주의하라고 안내하고 있다.

작년 피해액 33억 돌파…해외 IP 추적 난항
문제는 이들이 도메인 차단에도 똑같은 방식으로 사이트를 생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서버를 끊임없이 옮기고 접속 도메인을 변경해 사이트를 개설하는 식으로 단속을 피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해외 IP 주소를 이용해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해 정보 사이트 차단을 담당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관계자는 “신고된 사기 사이트를 차단 조치하고 있지만, 물리적으로 개설자들을 검거하지 않는 이상 특정 집단이 해외 IP 주소를 이용해 새로운 사이트를 개설하는 걸 사전에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국제공조가 쉽지 않은 점도 수사에 어려움을 더하는 요인이다. 경찰 관계자는 "사이트 개설자가 인터넷주소(IP)를 여러번 세탁해 서버를 '추적 불가' 상태로 만들면 서버가 물리적으로 어느국가에 있는지 알기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 피의자 검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16일 경찰 등 수사당국은 불법 드라마 공유 사이트 ‘누누티비’의 운영자를 검거하며, 관련 사이트의 운영을 모두 중단시킨 바 있다. 누누티비는 드라마와 영화 등을 불법으로 공유하며 약 4조9000억 원의 피해를 준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이 같은 피싱형 부업 사기가 증가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이번 사건은 언론사의 공신력을 이용한 범죄로, 피해 규모와 파장이 더 크다는 것이다. 서울시 전자상거래센터에 따르면 작년에 적발된 사기 쇼핑몰 사건은 77건으로, 피해액은 역대 최대치인 33억6500만 원에 달했다. 이는 재작년 발생 건수인 109건에서 약 29% 감소한 수치지만, 피해액은 오히려 증가했고 드러난 피해도 빙산의 일각이라는 지적이다. 김경미 서울시 공정경제과장은 “팬데믹 이후 비대면 경제활동이 활성화되면서 최근 유명 기관의 이름을 도용한 각종 사기 사이트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정희원/김다빈 기자 to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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