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한경 이코노미스트 클럽 설문에서 이 총재의 지난 1년을 평가해달라는 질문에 전문가들은 이같이 응답했다. 이상호 한국경제인협회 경제산업본부장은 "통화정책의 적절한 운용을 통해 물가와 금융안정에 기여했다"며 A등급을 줬다. 이남강 한국투자금융지주 이코노미스트는 "중앙은행의 커뮤니케이션 향상을 위해 크게 노력했으며, 시의적절한 정책 의사결정을 수행했다"고 봤다.
기존 중앙은행의 역할을 넘어서는 모습도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김형주 LG경영연구원 경제정책부문장은 "최근 우리 사회가 직면한 경제적 문제들을 전통적 해법에 구속되지 않고 복합적 수단을 효과적으로 사용해 대처했다"고 말했다. 이윤수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경제의 구조적 문제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한 점"을 높게 평가했다. 이 총재는 돌봄 서비스 최저임금 예외 적용, 농산물 수입 확대, 서울 주요대학 인구 비례 선발 등 다양한 구조적 이슈에 관한 보고서를 내놓고 있다.
응답자 중 4명(21.1%)은 B등급을 줬다. 이재만 하나증권 리서치센터 글로벌투자분석실장은 "정책 대응이 다소 늦었다"고 봤다. 기준금리를 좀 더 빠르게 내렸어야 한다는 의미다.
실제 이번 설문에서 작년 8월 기준금리를 선제적으로 내렸어야 했다는 주장에 대해 응답자 중 8명(40%)이 동의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리 인하가 소비와 투자를 증가시키는 데 1년 이상 시차가 존재한다"며 "금리 인하를 미루면 경기 침체라는 불필요한 비용이 유발된다"고 설명했다.
작년 7월부터 금리를 내렸어야했다는 주장에도 3명(15%)이 동의했다. 민지희 미래에셋증권 채권애널리스트는 "금리 인하가 너무 늦어 성장률 둔화 강도 심화됐다"고 지적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내수 침체가 장기화하는 것을 보면 통화정책을 실기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총재의 통화정책 커뮤니케이션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평가 등급과 무관하게 여러 차례 나왔다. 캐슬린 오 모건스탠리 한국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 총재를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11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서프라이즈 인하'는 시장과 커뮤니케이션이 크게 부족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물가안정 설명회에서도 시장이 체감하는 '소통'과의 거리가 좁혀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