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배송기사는 근로자 아냐"…불법파견 논란 '일단락'

입력 2025-01-14 12:14   수정 2025-01-14 12:19


쿠팡이 영업점 소속 배송기사(퀵플렉서)에게 직접 지시를 내린 것을 '불법파견'의 증거로 볼 수 없다는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 결과가 나왔다. 배송기사가 가족이나 알바를 고용하는 게 가능한 점, 배송 경로 등 업무 관련 결정을 하는 데 자율성이 상당한 점 등을 고려할 때 파견법이 적용되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볼 수 없다는 판단이다.

14일 고용부는 쿠팡로지스틱스(쿠팡CLS)에 대해 실시한 근로감독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감독은 '24시간 배송사업'에 대한 최초의 감독으로 주목 받았다.

고용부는 산업안전보건 기획감독, 일용근로자에 대한 가짜 3.3계약 등 기초노동질서 감독, 배송기사 불법파견 감독 등 3개 분야의 근로감독을 종합적으로 실시했다.

지난해 5월 고(故) 정슬기 씨의 사망으로 촉발된 쿠팡 배송기사들의 '불법 파견' 논란은 일단 불법이 아닌 것으로 결론났다. 불법파견 근로감독은 택배 영업점과 위·수탁 계약을 체결한 배송기사(퀵플렉서)에게 쿠팡CLS가 카카오톡을 통해 직접 지휘·감독을 하고 있으므로 불법파견에 해당한다는 노조 측의 문제제기에 따라 이뤄졌다. 배송기사들은 택배 영업점과 위·수탁 계약을 체결한 개인사업자로 분류된다.

쿠팡CLS 본사, 11개 배송캠프 및 34개 택배 영업점을 대상으로 83회의 현장조사, 137명의 대면조사(쿠팡CLS 직원 및 퀵플렉서 등), 1245명(퀵플렉서)의 지난 1년간 SNS를 정밀 분석한 결과 불법파견으로 보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고용부는 △배송기사들이 알바를 채용하거나 가족과 함께 하는 게 가능한 점 △고정된 기본급이 없고 건당 수수료를 지급 받는 점 △차량 유지비 등을 스스로 부담하고 관리하는 점 △쿠팡 본사와의 카카오톡 대화는 1일 평균 5회 정도에 그치는 점 등을 근거로 배송기사들을 파견법이 적용되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볼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본사, 서브허브 전체 34개소, 배송캠프 12개소, 택배영업점 35개소 등 총 82개소를 대상으로 실시한 산업안전보건 기획감독에서는 야간 작업을 중점적으로 들여다봤다.

그 결과 서브허브, 배송캠프 및 택배영업점 등 41개소에서 산업안전보건법령 위반사항을 적발해 4건을 사법처리하고 53건에 9200만원의 과태료 부과 처분, 34건 시정조치를 내렸다. 서브허브에서 지게차 운전을 정지하고도 열쇠를 그대로 방치하거나 컨베이어 위 걸림 상품을 제거할 때 작업 발판이 적절하게 설치되지 않은 사실, 산재 발생 사실을 1개월 지나 보고한 사실, 배송기사 최초 노무제공시 안전보건 교육을 실시하지 않은 점 등이 적발됐다.

배송캠프에서 물품 소분 업무 등을 하는 일용직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기초노동질서 감독은 쿠팡CLS 위탁업체 8개소 및 직영 22개소 등 30개소와 쿠팡CLS 외 택배 물류센터 12개소 등 총 42개소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감독 결과 쿠팡CLS 위탁업체 3개소에서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으며, 쿠팡 CLS 위탁업체 4개소와 CLS 외 다른 물류센터 2개소에서는 일용근로자 360여 명에 대해 사업소득세(3.3%)를 납부하고 있는 게 확인됐다. 그 외에도 휴일근로수당 미지급 등 1억5000만원의 임금체불과 근로조건 서면 명시 의무 위반 등 39개 감독대상에서 총 136건의 근로기준법 위반사항이 적발됐다.

고용부는 쿠팡에 ①업무시간·강도, ②건강관리, ③작업환경, ④기타(사업장 내 안전보건 제도 등)? 등 분야별 개선 방안 마련을 요구했다. 업무 시간과 관련해서는 야간 업무 경감 방안, 겸업 종사자 업무 적응 프로그램 마련, 퀵플렉서 프레시백 회수 시 평탄화 작업 경감 방안, 퀵플렉서 주기적 건강검진 지원 방안 등을 주문했다. 작업공간에 대해서도 휴게시설 확충, 냉난방기 설비 보강, 휴식 부여 등을 요구했다.

고용부는 "쿠팡CLS가 법 위반 사항을 해소하고, 개선 요구사항 이행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해 추진하도록 적극 지도하고 이행상황을 모니터링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면 민주노총은 이번 근로감독에 대해 "택배노동자 불법파견에 대한 근로감독은 외면했다"며 "열악한 쿠팡의 노동현실을 은폐하고 쿠팡에게 면죄부를 줬다"고 반발했다.

한편 환경노동위는 오는 21일 택배기사 등의 심야 노동, 산재와 관련해 '쿠팡 청문회'를 예고하고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과 강한승 쿠팡 대표, 홍용준 쿠팡로지스틱스(CLS )대표, 정종철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 대표, 손민수 굿로지스 대표 등 5명에게 증인 출석을 요구한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힘 의원들의 표결 불참에도 청문회를 단독 의결한 가운데, 국민의힘도 청문회 참석으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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