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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증시에서 양자 컴퓨터 관련주들이 빅테크 최고경영자(CEO)들의 한마디에 출렁이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양자컴퓨터에 대해 “상용화까지는 20년 이상 걸릴 것”이라고 발언한 데 이어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도 양자컴퓨터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랠리를 이어오던 양자컴퓨터 관련주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양자컴퓨터 관련주는 하루 만에 30% 이상 빠지며 폭락했다.
13일(현지시간) 양자 컴퓨터 대장주로 불리는 아이온큐는 전일 대비 13.83% 하락한 27.86달러에 장을 마쳤다. 지난 6일 기록했던 사상 최고가(종가 기준·51.07달러)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디웨이브퀀텀(-33.62%), 리게티컴퓨팅(-32.25%), 퀀텀컴퓨팅(-27.39%) 등 다른 양자컴퓨터 관련주도 급락했다.
시장에 영향을 준 것은 저커버그 CEO의 발언이었다. 그는 지난 10일 공개된 한 팟캐스트에서 “나는 양자컴퓨팅 전문가는 아니지만, 내가 아는 바로는 (양자컴퓨터가) 매우 유용한 패러다임이 되기까지 10년 이상 걸릴 것이라는 게 많은 사람이 생각”이라고 밝혔다. 미국 투자 전문매체 벤징가는 “저커버그 CEO는 젠슨 황 CEO의 양자컴퓨팅에 대한 신중한 전망에 동의했다”고 전했다.
젠슨 황 CEO는 지난 7일 CES 2025에서 진행된 간담회에서 양자컴퓨터 활용 시기에 대한 질문에 “실용적인 양자 컴퓨터가 출시되려면 20년 이상이 걸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양자컴퓨터 시대가 곧 도래할 수 있다는 기대로 주가가 치솟았던 양자컴 관련주들은 젠슨 황의 발언에 타격을 입으며 하루 만에 30% 이상 폭락했다. CNBC의 주식 평론가 짐 크레이머도 같은날 “변동성이 큰 양자 컴퓨팅 관련주에 머물러있지 말라”고 경고하며 “언젠가 가능성이 있지만, 현재 주가를 정당화할 만큼 가까운 미래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여기에 저커버그 CEO까지 가세하면서 양자컴퓨터 관련주에 대한 투자 심리가 얼어붙었다.
일각에서는 젠슨 황 CEO의 발언이 확대되는 양자 컴퓨터 시장에 대한 경계심에 따른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영국의 양자 기술 연구가 테드 스카이바는 자신의 링크드인에 올린 게시물에서 “젠슨 황의 발언은 단순히 양자 컴퓨팅에 대한 과대광고를 잠재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핵심 비즈니스를 방어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며 “양자 컴퓨팅이 황 CEO의 예측보다 더 빨리 상용화된다면,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지배력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디웨이브 퀀텀의 앨런 바라츠 CEO도 젠슨 황 CEO의 발언을 정면 반박했다. 바라츠 CEO는 성명을 통해 “우리의 양자 어닐링 방식은 이미 상용화됐고 기업, 연구자, 정부의 실제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며 “양자 컴퓨터 상용화는 30년 후도, 20년 후도, 15년 후도 아닌 바로 지금”이라고 강조했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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