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반도체·車 설비투자 증가율 한자릿수로 급감

입력 2025-01-14 14:59   수정 2025-01-14 15:19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부진 여파로 올해 국내 제조 대기업의 설비 투자 증가율이 0.9%에 그칠 것으로 예측됐다. 핵심 제조업인 반도체와 자동차 업종의 설비 투자 증가율도 한 자릿수에 머물 전망이다.

14일 산업은행이 종업원 50인 이상인 40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설비투자 계획을 조사한 결과 올해 국내 기업의 설비투자액은 233조원으로 예상됐다. 지난해(228조4000억원·잠정치)보다 2% 늘어난 규모다. 산은은 매년 말 기업들을 대상으로 설비투자 계획을 조사하는데 이번 조사는 지난해 10~11월 이뤄졌다.

조사 결과 올해 제조업 설비투자 계획은 147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134조4000억원)보다 1.9% 증가한 규모다. 특히 대기업의 경우 전년 대비 설비 투자 증가율이 작년 8.1%에서 올해 0.9%로 축소될 것으로 예측됐다. 대기업은 전체 제조업 설비 투자의 약 83.8%(123조6000억원)를 차지한다.

국내 제조업 설비투자의 약 45.6%를 차지하는 반도체 산업에서는 올해 67조2000억원의 설비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예측됐다.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설비투자 증가율이 15.8%에 달했지만, 올해는 3.4% 증가에 그칠 전망이다. 자동차 부문의 올해 설비투자 규모는 10조3000억원으로 예상됐다. 마찬가지로 전년 대비 설비투자 증가율이 15.8%에서 4.6%로 축소됐다.

지속되는 글로벌 경기 침체와 중국발(發) 공급 과잉으로 불황에 빠진 석유화학 부문은 올해 설비투자 규모가 6조8000억원으로 예상됐다. 지난해보다 14.8% 급감한 규모다. 특히 에틸렌·프로필렌 등 기초화학물질 분야의 설비 투자(2조9000억원)는 지난해보다 30.5% 감소할 것으로 조사다. 정부는 에틸렌 산업의 기업 매각, 인수·합병(M&A), 설비 폐쇄를 지원하는 등 불황에 빠진 석유화학 업계의 사업 재편을 지원하고 있다.

올해 비제조업 설비투자는 85조5000억원으로 작년(83조6000억원)보다 2.2% 늘어난다. 침체에 빠진 건설업(6.8%)과 부동산업(2.2%)은 올해 설비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는데, 이는 지난해 설비투자가 급감한 데 따른 기저 효과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건설업의 경우 지난해 설비투자가 전년 대비 5.8% 급감했고, 부동산업도 같은 기간 7.2% 줄었다. 이밖에 운수업(0.5%), 정보통신업(3.7%), 광업(2.9%) 등에서 설비 투자 증가가 조금씩 늘어날 전망이다. 전기·가스 부문의 설비투자(-2.1%)는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산은 설문조사에서 응답 기업의 81.9%는 '수요 부진 때문에 설비투자를 꺼리고 있다'고 답했다. 지난해엔 이 비중이 15.3%였는데 66.6%포인트 높아졌다. 응답 기업의 절반 이상이 설비투자를 늘리기 위해 가장 필요한 지원 방안으로 정책금융 확대를 꼽았다. 이어 투자 규제 완화, 투자 관련 세액공제 순이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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