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7대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을 일주일 앞둔 1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의회의사당(캐피톨 힐) 뒷편 C스트리트 일대. 주택가인데도 불구하고 도로 양편으로 철책이 길게 늘어섰다. 한쪽 보도는 아예 사용이 금지됐다. 평소 늘 빽빽하게 주차 행렬이 늘어서는 곳인데 차가 한 대도 보이지 않았다. '5일부터 22일까지 일체 주차 금지'라는 안내문이 곳곳에 나붙어 있었다. 의회의사당 앞에서 경비를 서던 한 요원은 "모두 안전하게 취임식이 끝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SS는 또 약 2만5000명에 달하는 경호 인력을 행사장에 투입하기로 했다. 파멀라 스미스 워싱턴DC 경찰국(MPD) 국장은 "미국 전역에서 7800명 방위군과 4000명 경찰관이 파견될 것"이라면서 "폭력, 파괴, 불법행위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취임식 행사에는 공식적인 참석인원만 25만명에 달할 것으로 주최측은 예상하고 있다. 상하원 의원을 통해 각 지역에 배포된 티켓만도 22만장을 넘는다. 뉴욕타임스(NYT) 등은 이외에 시위대 등 약 1만여명의 추가 인원이 이 일대에 모일 것이라고 전했다.
뚜렷한 위협에 관한 정보는 아직 없으나 정보당국은 CNN 등에 '외로운 늑대' 스타일의 자생적 테러리스트를 가장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작년 7월과 9월 트럼프 당선인 암살을 시도한 이들도 특정 조직에 속하지 않고 혼자서 테러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일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 앞에서 자신이 탄 차량을 폭파시켜 자살한 테슬라 사이버트럭 운전자도 "미국이 병들었다"는 글을 남기는 등 사회적인 메시지를 전하려 한 것으로 추정된다.
20일 당일에는 세인트존스 성공회 교회 예배 후에 조 바이든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간단한 티타임을 갖는다. 정오에 진행되는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 선서와 함께 새 정권이 출범한다. 대통령으로서 가장 첫 일정은 상원 의사당 인근 대통령실에서 진행되는 서명식이다. 이어 군 사열과 퍼레이드, 백악관 서명식, 무도회 등의 일정을 소화한다. 취임식의 피날레는 21일 열리는 국가 기도회다. 종파를 넘어 새 정부의 출범을 축하하고 국가 전체의 성공을 기원하는 행사다.
취임식 당일의 볼거리 중 하나는 백악관과 의사당을 대각선으로 연결하는 펜실베이니아애비뉴의 퍼레이드다. 준비위원회에 따르면 육군 해병대 해군 공군 해안경비대 상선학교 총 5개 군은 전국 23개주에서 온 7500여명과 함께 다양한 공연을 선보다. 파이프·드럼 연주, 고교·대학 밴드 연주, 마차 행렬, 기병대, 카우걸 행진, 애국 트랙터 행진 등이 줄줄이 이어진다.
반면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위원장은 초청장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에서는 이와야 다케시 외무상이 다소 이례적으로 초대받았다. 한국에서는 조현동 주미대사 부부가 정부를 대리해 참석다. 이외에 김석기 위원장(국민의힘)을 포함한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의원 7명과 홍준표 대구시장 등이 취임식을 방문할 계획이다.
각국은 취임식 직후 쏟아져 나올 행정명령에 대비하고 있다. 고율관세(25%) 부과 위협을 받고 있는 멕시코의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은 내년부터 국내총생산(GDP) 대비 투자 비중을 25% 이상으로 유지하고 전략부문 국내 공급망 구축과 소비를 의무화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멕시코 플랜'을 발표했다.
알타그라시아 고메스 멕시코 경제인연합회(CCE) 회장은 "멕시코에 투자하고, 멕시코에서 생산하고, 멕시코를 위해 소비하라는 초대장"이라고 했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가까운 미래에 (트럼프 정부 출범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있다는 것을 안다"며 "멕시코는 빈곤과 불평들을 줄이고 생산성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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