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그룹에 1.2兆 물린 SK, 풋옵션 있어도 손절 나선 이유

입력 2025-01-15 15:30   수정 2025-01-16 10:13

이 기사는 01월 15일 15:30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SK그룹이 베트남 투자자산인 빈그룹 지분에 풋옵션(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지 않고 외부로 매각을 결정한 배경에 관심이 모인다. 당초 계약대로라면 대주주를 상대로 풋옵션을 행사해 투자 원금이라도 건질 수 있었지만 현실적으로 풋옵션 이행이 쉽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된다. 풋옵션을 행사하자니 베트남 최대 기업인 빈그룹과의 관계가 우려되고, 행사를 계속 미루자니 투자금을 댄 국민연금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1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외국의 한 투자기관에 빈그룹 지분 1.33%(5080만주)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 오는 16일부터 2월 14일까지 한 달간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처분하는 구조다. 거래를 마치면 SK의 빈그룹 지분은 6.05%에서 4.72%로 낮아지게 된다. 투자 손실이 확정적이다. SK는 2019년 10억달러(당시 1조1800억원)를 들여 빈그룹 지분 2억3160만주를 확보했다. 인수 단가는 당시 시가(11만동)에서 일부 할인된 주당 10만동 수준이었다. 현재 빈그룹 주가는 4만동까지 내려앉은 상태로 블록딜 프리미엄과 환율 효과를 고려해 30% 가량의 손실이 예상되고 있다.

풋옵션을 행사해 원금이라도 건질 수 있었는데도 손실 매각을 자처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SK는 투자 당시 빈그룹 대주주와 주주간계약(SHA)을 맺으면서 보유 지분 전량에 대해 풋옵션을 보장받았다. 풋옵션 행사가격은 투자 원금과 같은 10만동이었다. 작년 5월부터 행사가 가능했다.

SK가 블록딜 매각을 택한 배경엔 풋옵션 행사를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속사정이 있다. SK가 풋옵션을 행사하면 투자원금과 동일한 10억달러(1조4700억원)가 일시에 지출되는데 빈그룹 재무여력상 한계가 있다. 빈그룹은 3년 전부터 심각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2017년 자동차 제조업체 빈패스트를 시작으로 스마트폰 제조업체 빈스마트 등을 설립하며 신성장 산업에 뛰어들었지만 매년 대규모 적자를 면치 못하는 신세다.

베트남 현지 기업과의 파트너십 차원에서 성사한 전략적 투자였던 만큼 SK는 풋옵션 행사로 사업 제휴 관계가 틀어질 가능성을 우려했다. SK는 동남아 시장 진출을 위해 현지 최대기업의 손을 잡는 전략을 써왔다. 베트남 재계 양대 산맥으로 통하는 마산그룹과 빈그룹에 각각 지분 투자를 단행한 게 대표적이다.

풋옵션 행사를 미루자니 빈그룹 투자에 자금을 댄 국민연금의 입김을 지나치기 어려웠다. SK는 SK동남아투자법인과 국민연금이 5000억원씩 출자해 1조원 규모로 결성한 코퍼레이트파트너십(코파)펀드 자금을 더해 빈그룹에 투자했다. 국민연금의 출자금은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SKS프라이빗에쿼티(옛 SK증권PE)와 스톤브릿지캐피탈이 위탁운용(GP)을 맡았다. 투자 6년이 지났기 때문에 일부라도 회수해 현금화하겠다는 의사가 컸다는 후문이다.

업계에선 빈그룹과 GP인 PE들이 풋옵션 행사를 놓고 갈등을 겪었던 일화도 회자된다. 빈그룹이 앞서 협상 과정에서 PE들을 제외한 SK 보유지분에만 풋옵션을 보장하는 안을 제시하면서 PE들의 반발을 키웠고 SK가 중간에서 대안 마련에 힘써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투자업계에선 SK가 풋옵션 행사를 포기하는 대신 원금과 함께 일정 수익률을 PE들에게 보장해 회수를 돕는 안을 약속한 것으로 보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풋옵션 행사가 현실적으로 어려워졌다면 SK가 베트남 현지 사업 운영과 관련해 다른 것을 보장받는 식으로 살길을 찾았을 것"이라며 "풋옵션 행사를 포기하는 대신 PE들에게 어떤 보장 장치를 약속했을지도 관건"이라고 전했다.

하지은 기자 hazz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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