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현대차 노조도 통상임금 투쟁…"대법 판결 무력화"

입력 2025-01-14 15:13   수정 2025-01-14 15:16


지난달 19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11년만에 통상임금 법리를 바꾼 가운데, 현대차 노조가 사측에 통상임금 및 각종 수당의 대폭 인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특히 대법원이 '법률관계의 혼란'을 우려해 변경된 통상임금 법리의 '소급효'를 제한했음에도 과거 수당 등 소급분에 대한 인상까지 요구해 논란이 되고 있다.

14일 금속노조 현대차지부는 소식지를 통해 "2019년 합의 당시 미흡했던 부분까지 검토해 통상임금 권리 쟁취를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노조는 대법원 선고 직후 현재 지급 중인 상여금 750%를 전부 통상임금으로 인정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미 지난 3일 진행된 실무협의회에서는 상여금 150%를 통상임금에 즉시 산입하기로 노사 합의했다.

앞서 지난달 19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현대차와 한화생명보험 전현직 근로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임금 소송에서 재직 여부나 근무일수 등을 지급 조건으로 설정한 '조건부 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 과정에서 '고정성' 요건을 통상임금 3요소(정기성, 일률성, 고정성)에서 삭제하면서 11년만에 통상임금 법리를 뒤집었다. 이에 따라 '조건부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면서 통상임금을 기초로 계산하는 휴일·연장·야간근로 수당 등 각종 수당이 인상됐다. 다만 대법 전원합의체는 '수많은 법률관계에 영향을 미칠 점'을 고려해 소급효를 제한했다. 즉 새로운 통상임금 법리는 대법 판결 선고일 이후의 통상임금 계산이나 해당 법리가 쟁점이 돼 계속 중인 병행소송에만 제한 적용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현대차노조는 대법 선고일 이전의 통상임금에 대해서도 바뀐 대법원 법리를 적용해 인상을 쟁취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논란이 되고 있다. 노조는 소식지에서 "대법 전원합의체는 판결이 2024년 12월 19일부터 적용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면서도 "하지만 지부는 전원합의체 판결 강행규정을 근거로 주휴수당, 사용 연차, 노동절(수당) 등 기존 통상임금 미반영 항목 포함해 2019년 합의 당시 미흡했던 부분까지 검토해서 권리를 쟁취해 나간다는 방침을 세웠다”고 강조했다. 소급효 제한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실력 행사를 통해 과거 소급분까지 받아내겠다는 뜻이다.

김상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대법원이 사회적 파급효과를 우려해 소급효를 제한했지만,현장의 실력행사까지 제한할 수 없다"며 "소급효 제한으로 과거 확립된 기준의 변경으로 인한 현장의 혼란을 막는데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변호사는 "대법원의 소급효 제한을 사실상 무력화한 것"이라며 "노조가 추가 소송 카드를 꺼낼 경우 대법원의 소급효 제한의 법적 효력이 다른 통상임금 소송에서 다퉈질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노조 관계자는 "소송을 제기한 현대차 근로자들이 대법원서 이겼지만, 해당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근로자들이나 노조 미가입 직원들은 바뀐 법리에 따른 구제를 받지 못한다"며 "형평성 차원에서도 권리 쟁취에 나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전국금속노조 기아자동차지부도 오는 24일까지 조합원들로부터 통상임금 소송 위임인 신청을 받는다. 노조는 대법원 선고일 이후 지급한 주휴수당, 연월차수당, 연장 및 휴일근로수당 등을 다시 계산해서 임금을 더 달라고 요구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영계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의 후폭풍이 예상보다 빠르게 불어닥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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