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철금속 제련업체 고려아연이 미국에 희귀금속 '안티모니'를 수출한다. 최대 생산국인 중국이 미국에 수출 제재를 시행한 탓에 수급난이 심화한 품목이다. 이번 수출을 계기로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가 출범하기 전 양국 간 협력관계가 한층 더 강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미국에 전략 광물 자산인 안티모니를 수출하는 방안을 두고 고려아연과 협상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안티모니는 난연제 용도로 쓰이는 광물로 배터리와 반도체 보호 소재로 쓰인다. 적외선 레이더, 미사일, 장갑 관통 탄약 등 방산 제품에도 들어가 전략 광물 자산으로 분류된다. 전략 광물 자산으로 묶인 탓에 정부 허가를 받아야 수출할 수 있다.
고려아연은 연 정광을 황산으로 용해한 뒤 전기 분해해서 안티모니를 매년 3500t가량 생산한다. 이 중 70%는 내수 시장에 풀고, 나머지 30%가량은 유럽과 일본에 수출해왔다. 현재 정부와 고려아연은 연간 생산량 중 10%인 350t가량을 미국에 수출한 뒤 순차적으로 수출량을 늘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연 정광 수입을 확대해 안티모니 생산량을 15%가량 늘릴 방침이다.
미국은 이전까지 중국으로부터 안티모니를 조달해왔다. 지난해 안티모니 수입량(약 1만 4000t) 중 62%가 중국이었다. 중국은 지난해 세계 안티모니 광석의 절반(8만 6400t)을 채굴하는 최대 생산국이다. 가공 능력도 세계 최대 수준이다. 순도 99%인 안티모니 시장에서 중국의 점유율은 48%에 육박한다.
최대 생산국인 중국은 지난 9월 미국에 대한 수출 통제를 시작하며 수급난이 심화했다. 미국의 방산 리서치 업체 가비니에 따르면 중국산 안티모니 수출 통제로 미 국방부와 해안경비대가 사용하는 군수품 2만 개 이상에 초과수요 현상이 벌어졌다. 이 광물이 사용된 미군 무기체계는 미 해군 501개, 육군 267개, 공군 193개, 해병대 113개, 해안경비대 1개 등 총 175개에 이른다.
글로벌 안티모니 거래 가격은 고공행진 중이다. 2023년 말 기준으로 네덜란드 로테르담상품거래소에서 안티모니 가격은 t당 1만 1000달러선에 머물렀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t당 4만 500달러로 268% 상승했다. 1년 새 3배 가까이 가격이 급등했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의 수출 물량은 작지만 미국 정부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계약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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