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릭파마슈티컬스는 얀센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리브리반트’(성분명 아미반타맙) 피하주사(SC) 제형과 ORIC-114(VRN07)의 1차 치료제 임상에 나선다고 14일 밝혔다. 해당 임상은 오릭파마슈티컬스가 주도하며, 병용요법 임상에 쓰이는 리브리반트 전량은 얀센이 공급하기로 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보로노이가 기술이전한 ORIC-114가 폐암 1차 치료제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지름길’이 열렸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리브리반트는 화학항암제와의 병용요법으로 EGFR 엑손20 결손 변이 NSCLC 환자들의 1차 치료제로 지난해 3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다. 엑손20 결손 변이 환자만을 위한 최초의 정식 치료제 승인이었다. 이후 얀센의 리브리반트는 연간 1조~2조원에 이르는 엑손 20결손 변이 NSCLC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하지만 제약업계에서는 리브리반트의 독과점이 ‘위태로운 모래성’이라는 지적이 이전부터 있었다. 아직 승인받은 다른 경쟁약이 없어 독주하고 있지만 투약 환자 중 상당수에서 3등급 이상 부작용이 발생하는 만큼 내약성에 대한 부담이 커서다. 생존기간 또한 약 11개월에 그쳐, 화학요법만 사용했을 때(5~6개월)와 비교해 ‘극적인’ 차이를 만들지 못했다는 점도 약점으로 꼽혔다.
얀센이 내약성 면에서 유리한 ORIC-114와의 병용요법으로 눈을 돌리게 된 배경이라는 설명이다. 리브리반트의 경쟁자가 될 수 있는 다른 약물들도 임상이 다수 진행 점인 점도 얀센이 화학요법을 대체할 다른 ‘파트너’를 서둘러 찾아나서게 된 이유로 꼽힌다. 리브리반트와 ORIC-114는 모두 엑손20결손 변이 억제제이지만 각각 항체의약품, 티로신 키나아제 억제제(TKI)인 만큼 서로 다른 각도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오릭파마슈티컬스는 ORIC-114의 임상을 여러 가지 조건으로 나눠 복수로 진행하고 있다. 올 상반기 중엔 리브리반트 또는 화학요법 등의 1차 치료에 실패한 엑손20 결손 변이 NSCLC 환자를 대상으로 한 2차 치료제 임상 1상 결과가 나온다. 2차 치료제 시장 대비 시장 규모가 큰 1차 치료제 시장을 노린 임상도 진행 중이며 이 결과는 내년 초에 나온다.
국내에서는 오릭파마슈티컬스가 얀센과 손을 잡으며 ‘어제의 적이 오늘의 친구’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난 8일 보로노이는 얀센이 리브리반트와 렉라자(레이저티닙)의 병용요법 최신 결과를 발표하자 주가가 급락했다. EGFR변이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로 승인을 받은 리브리반트와 렉라자 요법의 생존기간(OS)이 최신 임상 결과에서 연장되면서 보로노이가 개발중인 차세대 비소세포폐암 치료제가 넘어야 할 벽이 더 높아졌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릭이 얀센과 손을 잡고 ORIC-114와 리브리반트의 ‘공동전선’을 펴면서 이미 1차 치료제로 쓰이는 리브리반트와 손을 잡고 1차 치료제로 새롭게 승인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어제의 경쟁자가 내일의 파트너가 된 셈이다.
기술이전 계약에 따르면 오릭파마슈티컬스는 ORIC-114의 매출 중 10%를 보로노이에 지급해야 한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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