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OD 위기 넘겼지만“ 공모 조달 어려운 롯데케미칼, 장기 CP 시장 ‘기웃’

입력 2025-01-14 14:47  

이 기사는 01월 14일 14:47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롯데케미칼이 올해 첫 자금 조달을 기업어음(CP) 등 단기 조달 시장에서 단행했다. 지난해 말 회사채 기한이익상실(EOD) 이슈를 해결하는 등 급한 불을 껐지만, 공모채 조달에는 여전히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1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지난 13일 500억원어치 1년물 장기 CP를 발행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부터 CP 시장을 주요 자금 조달 창구로 찾고 있다. 지난해 롯데케미칼은 CP 시장에서 6000억원가량을 조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롯데케미칼이 공모 회사채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한 건 2023년 8월이 마지막이다. CP 시장은 공모 회사채와 달리 수요예측 절차를 생략할 수 있다. 수요예측 미매각에 따른 평판 훼손 우려를 피할 수 있다는 뜻이다.

올해도 CP 조달 의존도는 더 높아질 전망이다. 지난해 발생한 롯데케미칼 회사채 EOD 사태로 당분간 공모 회사채 시장을 찾기 어렵다는 게 자금시장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앞서 롯데케미칼은 실적 부진 장기화로 약 2조원 규모의 회사채가 EOD 상태에 빠지면서 그룹 유동성 위기를 촉발한 바 있다. 그룹 상징인 롯데월드타워를 지급보증 담보로 제공하면서 위기를 간신히 넘겼지만, 롯데케미칼을 바라보는 자금시장의 시각은 여전히 보수적인 편이다.

일각에서는 올해 들어서도 롯데케미칼의 조달 부담이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롯데케미칼의 인도네시아 법인 지분을 활용한 7000억원 규모 주가수익스왑(PRS·Price Return Swap) 계약 과정에서 증권사와 수수료율을 조정하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PRS는 계약 만기 시 주가가 기준가보다 낮거나 높으면 서로 차익을 물어주는 파생상품이다. 당초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말 5% 수수료율 수준에서 증권사와 PRS 계약을 논의했다. 하지만 롯데케미칼 신용도 리스크 확대로 기존보다 수수료율을 높여야 한다는 게 증권사들의 입장이다.

롯데케미칼뿐 아니라 다른 롯데그룹 계열사들이 공모 회사채 시장에 등판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롯데그룹은 대표적인 회사채 시장 ‘빅 이슈어’로 분류된다. 하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아직 롯데그룹 계열사 가운데 공모 회사채 시장 조달을 결정한 곳은 롯데렌탈과 롯데웰푸드뿐이다. 롯데렌탈은 1000억원, 롯데웰푸드는 2000억원을 연초 회사채 시장에서 조달할 방침이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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