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프로포폴' 5000여회 넘게 투약시킨 의사 중형

프로포폴 중독자 등 수십 명에게 전신마취제 에토미데이트를 5000회 넘게 판매해 투약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의사에게 징역 6년의 중형에 12억여 원의 추징금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단독 박소정 판사는 14일 보건범죄단속법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의사 A 씨에게 징역 6년과 벌금 1000만 원, 추징금 12억541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에토미데이트를 목적 외 투약할 경우 오남용 심각성을 알면서도 환자들이 원하는 대로 내주고 의사인 점을 악용해 무분별하게 판매했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또한 진료기록부도 전혀 작성하지 않고 오히려 수면 병원임을 홍보 수단으로 활용해 환자를 유치하고 에토미데이트에 중독시켰다며 "의사로서 최소한의 양심을 저버렸다"고 밝혔다.

A 씨는 2019년 9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5071회에 걸쳐 프로포폴 중독자 75명에게 모두 12억여 원을 받고 에토미데이트를 마구잡이로 판매하고 간호조무사에게 주사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제2의 프로포폴'로 불리는 전신마취제 에토미데이트는 아직 향정신성의약품(마약류)으로 지정돼 있지 않아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관리·감독받지 않는다. 식약처는 지난해 12월 에토미데이트를 마약류로 지정하기로 하고 마약류관리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A 씨는 법적 취약점을 악용해 영리 목적으로 프로포폴 중독자 등에게 에토미데이트를 투약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2023년 9월 서울 강남구에서 람보르기니 차량을 주차하다 시비가 붙은 상대방을 흉기로 위협해 조사받은 피의자가 A 씨 병원에서 에토미데이트를 투약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범죄 덜미가 잡혔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