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2026학년도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방침을 원점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1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전공의 이탈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전제조건 없이 의료계와 논의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조 장관은 1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2026년도 정원에 대해서는 '제로 베이스(원점)'에서 검토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조 장관은 "정부는 앞서 의료계가 대안을 제시하면 제로 베이스에서 검토하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이번에는 의료계의 선제안이 없어도 같이 논의해보자는 입장을 말씀드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은 5058명이다. 2024학년도 정원(3058명)에서 2000명 늘어난 숫자다. 2025학년도 정원도 5058명으로 추진됐다가 학교 사정에 맞춰 1509명 증가한 4567명으로 조정됐다.
조 장관은 '원점 재검토'라는 의미에 대해 동결(2024학년 정원 수준)과 감원(2024학년 정원 대비), 증원이 다 포함됐느냐는 질의에 "맞다"고 동의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감원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은 지난해 10월 서울대 의과대학에서 열린 의료개혁 정책 토론회에서 "부족한 의사 수를 감안하면 2000명 증원이 아니라 최소 4000명 이상 증원이 필요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온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의 기초로 삼은 이 같은 전제를 뒤집지 않는 이상 감원은 현실적으로 어렵고, 의료계와의 협의 결과에 따라 증원 폭을 줄이거나 동결을 결정할 가능성이 우세하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조 장관은 내년도 의대 정원에 대한 의료계와의 논의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의대 정원 원점 재검토 계획에 따라 (내년도 정원을) 대한의사협회와 얘기하겠다"며 "3월 신입생이 돌아오기 전에 빨리 협의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했다.
지난달 3일 비상계엄 선포 당시 '전공의 처단'이 담긴 포고령에 대해선 거듭 사과했다. 조 장관은 "계엄과 포고령 5호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받으셨을 전공의 의료진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고,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며 "포고령 5호는 정부의 정책 방침과 워낙 달라 절대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포고령 5호에는 '전공의를 비롯해 파업 중이거나 의료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해 충실히 근무하고 위반 시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는 내용이 담겨 의료계의 큰 반발을 샀다.
조 장관은 비상계엄 당시 대통령이나 국방부 장관, 계엄사령관 등으로부터 별도의 지시를 받았느냐는 질문에는 "없다"며 "수사기관에서도 동일하게 진술했다"고 답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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