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重 "6월부터 美 MRO 시작…울산서 군함 신조도 가능"

입력 2025-01-14 16:07   수정 2025-01-14 16:31



HD현대중공업이 올해 6월 말부터 미국 해군의 지원함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에 뛰어든다고 밝혔다. 이때부터 연간 나올 4~5척 가운데 2~3척 수리를 따내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발판삼아 군함 MRO 및 신조까지 수주해 향후 울산조선소에서 이지스함 등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HD현重, “美 군함 신조, 울산서 가능”
박승용 HD현대중공업 사장과 정우만 상무, 최태복 상무 등은 지난 13일 주요 기관투자자, 증권사 대상으로 연 간담회에서 이같이 설명했다. 한화오션이 지난해 두 척의 MRO를 따냈지만, HD현대중공업은 울산조선소의 건조 공간이 부족한 데다 수익이 나오지 않아 사업에 참여하지 않았다. 올해는 미 7함대 지원함을 수리해 미 해군의 운영 시스템을 익히고 신뢰를 쌓을 계획이다.

회사 측은 수익성이 높은 이지스함 등 군함을 수리하고 신규 건조까지 울산조선소에서 수행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 연방법(제10편의 섹션 8679)은 미국이 소속 항구인 군함은 해외에서 건조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미국 대통령이 웨이버(적용 유예)를 발효하면 국내에서도 군함을 지을 수 있다. 미국에선 100여 년간 웨이버를 발동된 적이 없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수차례 한국 조선업과의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미국 의회예산국(CBO)에 따르면 미 해군은 지난해 295척인 군함을 2054년 390척으로 늘릴 계획이다. 오래된 군함을 퇴역시키는 데 따라 30년간 총 364척을 새로 구매해야 한다. 구매 비용은 총 1조750억달러(약 1600조원)으로, 연 평균 358억(약 52조4400억원)에 이른다. 미국 내 조선업 명맥이 끊긴 데다 트럼프 당선인이 “동맹국을 이용하겠다”고 밝힌 만큼 대규모 방산 수주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는 배경이다.

HD현대중공업은 이후 미국 투자도 검토 중이다. 이날 “‘미국의 번영과 안보를 위한 조선업과 항만시설법’(SHIPS for America Act)에 따라 현지 투자에 대한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어 예의주시하며 투자 시점과 규모를 고려 중”이라고 설명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처럼 구체적인 투자 혜택이 나올 경우 미국에 진출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中 블랙리스트에…선사들 달라져
상선 시장에서도 호재가 이어질 전망이다. 미국이 중국 선박공업그룹(CSSC) 등 주요 조선사를 ‘블랙리스트’에 올리면서 선사들이 중국 기업에 발주를 줄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서다. HD현대중공업은 “프랑스 CMA-CGM, 덴마크 머스크 등이 중국산 선박 비중을 줄이려고 한국에 발주를 늘리고 있다”며 “중국 조선사가 선가를 낮추더라도 지정학적 리스크를 피해가긴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투자은행(IB) 뱅크오브아메리카도 “미국 제재로 중국이 자국 조선사에 제공하는 금융 지원이 제한될 경우, 현지 조선사의 글로벌 수주가 둔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중국 조선사가 저가 수주를 늘리면서 클락슨리서치 신조선가지수는 다소 주춤했다. 하지만 미국의 블랙리스트 조치가 시행되면 추가 하락세를 막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HD현대중공업은 독(dock, 선박건조지설)이 3년 6개월치 물량으로 차 있는 터라 선가가 떨어진 지난달엔 아예 수주하지 않았다. 회사 측은 미국의 제재가 본격화할 예정인 2~3월부터 본격 수주에 나설 계획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에너지 패권’을 쥐기 위해 액화천연가스(LNG) 수출을 늘리고 있는 것도 HD현대중공업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회사 측은 “올 초부터 미국 LNG 개발업체와 대형 에너지 업체로부터 10척 규모의 LNG 운반선 건조 제안이 들어왔다”며 “호주, 카타르 등에서도 수요가 계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 조선사가 제재를 받게 되면 올해 나오는 80~100척의 LNG 운반선은 한국 조선사의 몫이 될 가능성이 높다. HD한국조선해양은 HD현대중공업 지분 70% 가운데 일부를 연내 시장에 매도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김형규/김우섭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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