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벤처투자 플랫폼 더브이씨에 따르면 지난해 교육 분야 AI 스타트업 대상 투자액은 43억원에 불과했다. 3년 전인 2021년(2757억원)은 물론 2022년(969억원), 2023년(200억원)과 비교해 크게 쪼그라들었다. 코로나19 때 활황이었던 비대면 클래스 인기가 식은 영향이다.
이런 상황에서 AI 교과서 시장은 에듀테크 스타트업들에 새로운 ‘생존줄’이었다. 아이헤이트플라잉버그스, 구름, 블루가, 팀모노리스, 엘리스, 콴다, 에누마 등 주요 에듀테크 스타트업이 앞다퉈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주요 출판사와 손잡고 AI 교과서를 개발했다. 현재 종이 교과서의 권당 가격은 6000~9000원 수준. 연간 시장 규모는 5000억원이다. AI 교과서는 연 구독료가 4만(정부)~10만원(업계) 선으로 예상된다. 에듀테크업계에 조 단위 교과서 시장이 새롭게 생겨난 셈이다.
당초 정부는 올해 초등 3~4학년과 중·고등 1학년 수학, 영어에 AI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하는 것을 시작으로 2028년 전 과목으로 확대할 방침이었다. 이 계획대로라면 몇 년 후 종이 교과서는 사라진다. 하지만 지난달 AI 교과서의 법적 지위를 ‘교육자료’로 격하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당장 올해 도입부터 불투명해졌다. 교과서 개발에 참여한 기업 관계자는 “다른 글로벌 사업과 디지털 전환(DX) 프로젝트보다 AI 교과서를 최우선으로 두고 인적, 금전적 자원을 투입했다”며 “안정적인 B2G(기업·정부 간 거래) 매출을 확보할 기회라고 판단했는데 타격이 크다”고 말했다.
교과서 개발 비용을 출판사로부터 이미 받은 스타트업도 있지만, 추후 받을 구독료의 일부를 나누기로 계약한 곳도 있다. 현장 도입이 미뤄지면 지난 1~2년간 투입한 개발비를 보전받기 어려워진다. 개발비를 미리 받은 회사 역시 사업 계획에 차질이 빚어진 건 마찬가지다.
AI 교과서 도입으로 활성화가 기대된 학생 관리 솔루션 등 연관 사업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다른 B2G 사업도 있는데 진행이 불확실해졌다”며 “교육의 디지털 전환이 가야 할 방향은 맞는데 속도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