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급에 나선 지방의 한 아파트는 특별공급 청약 신청자가 한 명도 없었다. 올해 들어 청약에 나선 단지 4곳 중 3곳이 미달을 기록하는 등 연초 청약 시장에 한파가 불고 있다. 새 아파트 입주율과 입주전망지수도 날로 악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청약 시장에서 나타난 지역·단지별 청약 양극화 현상이 올해 더욱 심해지고 건설사의 유동성 위기도 확산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부산 강서구 대저2동 ‘부산에코델타시티 대방 엘리움 리버뷰’(469가구)도 1·2순위 청약에 140명이 신청해 모집 가구 수를 다 채우지 못했다. 이 단지는 고급스러운 내부 인테리어와 마감재, 건축 자재 등을 적용하는 등 차별화를 시도했다. 전용 119㎡A타입은 서비스면적이 55㎡에 달한다.
올해 청약에 나선 단지는 줄줄이 저조한 성적표를 받고 있다. 대구 동구 A단지는 최근 50여 가구 특별공급에 신청자가 한 명도 없었다. 이 단지는 400가구의 1·2순위 청약을 받을 예정이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최근 주택시장에서 불확실성이 커지며 수요자가 보수적으로 청약에 나서고 있다”며 “시세보다 20%가량 저렴하게 나오는 분양가상한제 아파트에만 청약자가 몰리고, 나머지 단지는 저조한 성적을 올리는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택산업연구원은 지난해 12월 수도권 아파트 입주율이 그 전달보다 2.4%포인트 내린 79.9%를 기록했다고 이날 밝혔다. 5대 광역시 입주율은 1.8%포인트 내린 67.8%로 조사됐다. 입주율은 조사 시점에 입주를 마쳐야 할 아파트에 잔금을 납부한 주택 비중을 뜻한다. 입주율이 낮을수록 분양 잔금을 내지 못한 집이 많고, 주택사업자의 자금 사정이 좋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택사업자들은 앞으로 아파트 입주율이 더욱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이달 전국 아파트 입주전망지수는 전달보다 20.2포인트 내린 68.4로 집계됐다. 2023년 1월(59.4) 후 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주택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입주전망지수는 기준점(100)을 밑돌수록 시장 전망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업자가 많은 것이다. 주택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청약 인기 지역인 서울에서도 계약 포기 물량이 속출하고 준공 후 미분양 주택 수가 11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주택 시장 불안이 깊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청약 시장 급랭과 입주율 악화로 인해 건설업 전반적으로 유동성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주택 브랜드 ‘파밀리에’로 알려진 신동아건설이 지난 6일 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하는 등 곳곳에서 위험신호가 감지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미분양 물량이 많거나 입주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아 자금 흐름이 좋지 않은 건설사가 늘고 있다”며 “정부와 은행권의 주택 관련 대출 규제를 완화하고 미분양 주택 취득 때 세금 관련 혜택을 확대하는 등 수요 진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