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다 함께 키우는 아이

입력 2025-01-14 18:02   수정 2025-01-15 00:42

요즘 육아는 가정보다 사회의 역할을 더 강조하는 분위기다. 근대화 이전 사회에서 육아는 부모 역할이 강조됐다. 농번기에는 품앗이, 두레 등을 통해 마을에서 공동으로 아이를 돌봤다. 공동육아 문화는 신뢰를 기반으로 한 사회적 안전망이자 부모에게는 든든한 지원군이었다. 부모들은 안심하고 생업에 전념할 수 있었고 아이들은 마을로부터 보호받고 배움도 받으면서 자랄 수 있었다.

하지만 산업화, 도시화로 인해 아이를 키우던 방식이 크게 변화하면서 육아가 가정에 집중되는 ‘사적 육아’의 형태로 변했다. 결과적으로 부모의 부담이 크게 늘어났다. 이를 완화하기 위해 정부는 보육시설 확충, 무상보육 등 다양한 정책을 시행해 일하는 부모의 육아 부담을 완화하고자 했다. 직장 어린이집, 거점형 어린이집 등이 조성되면서 부모들은 근무지와 가까운 곳에서 아이를 안심하고 돌볼 수 있게 됐다. 심지어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과 같은 첨단 기술을 이용해 아이들의 육아와 학습을 더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보육 모델도 등장했다.

교사와 부모가 실시간으로 모바일 앱을 통해 아이의 일과, 식단, 활동 사진, 건강 상태를 즉각 공유하는 것은 이제 당연하게 됐다. AI 기반 언어발달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의 수준을 분석해 자음·모음 인지놀이나 스토리텔링 놀이 등 맞춤형 교구 및 활동을 추천하고 아이와의 교감을 효과적으로 이끌어낸다.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과 AI 기반 학습 프로그램은 자녀의 안전을 강화함과 동시에 아이의 성향에 맞는 학습과 놀이를 제공한다. 이 같은 기술은 부모와 교사의 부담을 덜고, 아이가 최적의 환경에서 자랄 수 있도록 돕는다. 한동안 사적으로 전담하던 육아가 국가 정책과 디지털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사회 전체가 책임을 나누는 방향으로 다시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은 사적 육아에서 사회와 국가가 분담하는 공동육아로 다시 변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아이는 ‘개인의 아이’가 아니라 ‘사회와 국가의 아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국가 경쟁력은 유아기부터 형성된다는 세계적인 추세를 고려하면 육아를 사회와 국가가 공동으로 분담하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저출생 문제와 가족 형태의 다양성, 불확실한 미래 사회를 고려하면 보육 정책과 육아 환경은 사회 흐름이나 변화를 반영해야 한다. 정부, 지역사회, 기업이 긴밀히 협력해 과거의 품앗이나 두레 정신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탄탄한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 육아는 한 세대만의 문제가 아니라 다음 세대를 준비하는 전 사회적 과제다. 사회 전체가 육아 부담을 나누고 기여할 수 있는 구조를 통해 아이와 부모가 행복하고 지속가능한 발전 사회도 이룰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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