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재해가 일어나 제아무리 복구에 힘을 쓴다고 해도 이미 일은 벌어진 후다. 피해를 오롯이 메우기까지 막막한데 실제 지원은 더디고 느리다. 앞으로 이상기후는 더 빈발하고, 자연재해 발생도 크게 늘 것이다.
이제 대응 시각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 종전에 사후 복구에 치중했다면 지금부터라도 사전 관리로 조금만 무게중심을 옮겨야 할 때다. 특히 이상기후로 재해를 당한 저소득·취약계층이 당장 필요한 것을 바로 지원해줄 수 있는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이에 생각해볼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기후보험이다. 보험을 이용해 재해 발생 시 즉각적으로 긴급 생활비를 보험금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이때 보험료는 사후 복구를 위해 책정한 재정의 일부를 사전 예방비로 전환해 조달하는 방안이다.
매번 불확실한 사후 복구비를 확실한 사전 보험료로 대체하면 재정의 예측성을 높이고 불확실성도 제거할 수 있다. 무엇보다 기후 재해에 따른 복구비를 보험금으로 대체함으로써 세금을 절약하고 국민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물론 기후 위험은 너무 커 보험 공급에 한계가 발생한다. 그러나 ‘기후 파라메트릭 보험’을 활용한다면 이 또한 해결할 수 있다. 이것은 실제 손해액을 기준으로 보상하는 전통 보험과 달리 강수량이나 기온 등 특정 기후 조건이 충족되면 사전에 정한 보험금을 자동으로 지급한다. 예컨대 어느 지역에 시간당 몇㎜ 이상 폭우가 내리거나 몇도 이하 한파가 며칠씩 계속되면 해당 지역의 모든 보험가입자에게 곧바로 보험금을 주는 방식이다. 손해 발생 여부나 손실액이 얼마나 났는지 따지지 않는다. 보험금 지급 청구 서류도 필요 없다. 사전에 정한 조건만 맞으면 즉시 소정의 보험금이 지급되므로 재해 발생으로 긴급자금이 필요한 피해자에게 매우 유용하다.
저소득·취약계층에는 보험료가 문제다. 현재 정부는 2조4000억원 규모의 기후대응기금을 운용하고 있다. 이를 활용하면 보험료 문제는 풀 수 있다. 이미 많은 국제기구와 나라에서 기후기금으로 이상기후에 따른 저소득·사회약자 대상의 파라메트릭 보험료를 지원하고 있다.
다만 현실적으로 관련 법 제·개정, 재정 확보, 보험 운영 주체 및 관리 체계 설계 등 행정적, 정치적으로 해결할 사안이 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할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해결 가능하다. 서둘러 기후 취약계층을 기후 위험에서 보호할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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