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美증시, 뛰는 국채금리에 '발목'

입력 2025-01-14 17:49   수정 2025-01-15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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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 국채 금리가 최근 수주간 급등하면서 글로벌 주식시장에 악재가 되고 있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연 5%에 육박하고 있고 일본과 유럽 주요 국가의 국채 금리도 줄줄이 상승하는 추세다. 국채시장 냉기가 주식시장으로 옮겨가면서 미국 뉴욕증시도 올 들어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 5% 향하는 미 10년 만기 국채 금리
13일(현지시간) 뉴욕 채권시장에서 미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장중 연 4.8%를 넘기며 2023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지난해 9월 연저점(연 3.621%)을 기록한 후 지속적으로 올랐다. 미국 경제가 강세를 보이고 있고,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한 이후 취임과 함께 고율 관세 정책을 시행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져서다. 정부 지출 증가에 따른 재정적자 확대 우려도 요인으로 꼽힌다. 연간 2조달러에 육박하는 예산 적자 규모가 더 커질수록 재무부는 더 많은 국채를 발행해야 하고, 이는 기존 채권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다.

10년 만기를 비롯한 장기 채권 금리는 단기 채권 금리와 기간 프리미엄(채권을 더 오래 보유하는 데 따른 추가 수익률)의 합으로 계산된다. 최근 미 10년 만기 국채의 기간 프리미엄은 연 0.7%포인트에 육박하며 수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채 금리 변동은 세계적으로 상호 연관돼 있다. 미국 국채 금리가 상승하면 더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들이 다른 국가 국채를 매도해 미 국채를 매입하게 되고, 이는 연쇄적인 금리 상승으로 이어진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이날까지 영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지난해 9월 초 대비 0.83%포인트 오르며 2008년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독일(0.27%포인트) 프랑스(0.42%포인트) 등 다른 유럽 국가의 국채 금리도 상승세다. 일본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14일 한때 연 1.250%까지 치솟으며 2011년 4월 이후 13년9개월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증시에도 찬바람
국채 금리가 급등하면서 지난해 랠리를 거듭한 미국 증시도 올 들어 주춤한 모습이다. 나스닥지수는 올 들어 이날까지 1.63%, S&P500지수는 1.14%, 다우지수는 0.85% 하락했다. 금리 상승은 경제 전반의 차입 비용을 높이고, 투자자들이 국채 보유로 얻을 수 있는 무위험 수익률을 상승시킴으로써 주식시장에 압박을 가할 수 있다. 안전자산 수익률이 상승하면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이 더 비싸게 느껴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미국 투자사 LPL파이낸셜의 애덤 턴퀴스트 투자전략가는 “최소한 금리가 안정될 때까지는 증시가 의미 있는 추진력을 얻기 매우 어려울 것으로 생각한다”며 “단기적으로는 조정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역사적 기준으로 이미 고평가돼 있는 주식시장이 현재 높은 금리 환경에 더 취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가 개발한 경기조정 주가수익비율(CAPE)은 현재 37.04배로, 2021년 12월(38.31배) 후 최고 수준이다. CAPE는 과거 10년간 주당순이익(EPS)을 현재 가치로 할증해 주가수익비율(PER)을 계산하는 개념이다. 국제금융센터는 “주요국 장기 금리가 상당 기간 높게 유지돼 각국의 경제활동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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