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현지 투자도 단행할 계획이다. 회사 경영진은 14일 “‘미국의 번영과 안보를 위한 조선업과 항만시설법’(SHIPS for America Act)에 따라 현지 투자에 대한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며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투자 시점과 규모를 고려 중”이라고 설명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처럼 구체적 투자 혜택이 나올 경우 미국에 진출하겠다는 의미다.
한화오션이 지난해 두 척의 MRO 계약을 따내고, 필리조선소를 인수하는 등 미국 진출에 적극적인 것과 달리 HD현대중공업은 미국 방산 시장 진출에 신중한 태도였다. 울산조선소에 일감이 밀려 있는 데다 수익성이 작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올해부터 MRO를 시작으로 추후 군함 MRO와 신조까지 차례로 따내 울산조선소의 독을 채우겠다는 심산이다.
상선 시장에서도 호재가 이어질 전망이다. 미국이 중국 선박공업그룹(CSSC) 등 주요 조선사를 ‘블랙리스트’에 올리면서 선사들이 중국 기업에 발주를 줄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서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프랑스 CMA-CGM, 덴마크 머스크 등이 중국산 선박 비중을 줄이려고 한국에 발주를 늘리고 있다”며 “중국 조선사가 선가를 낮추더라도 지정학적 리스크를 피해 가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뱅크오브아메리카도 “미국의 제재로 중국이 자국 조선사에 제공하는 금융 지원이 제한될 경우 중국의 글로벌 수주가 둔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당선인이 ‘에너지 패권’을 쥐기 위해 액화천연가스(LNG) 수출을 늘리고 있는 것도 HD현대중공업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회사 관계자는 “올초부터 미국 LNG 개발업체와 대형 에너지업체에서 10척 규모의 LNG 운반선 건조 제안이 들어왔다”며 “호주, 카타르 등에서도 수요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조선사가 제재를 받게 되면 올해 나오는 80~100척의 LNG 운반선은 모두 한국 조선사 몫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 HD한국조선해양은 HD현대중공업 지분 75% 가운데 일부를 연내 시장에 매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김형규/김우섭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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