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자영업자는 대략 660만 명으로 전체 취업자의 23%이며,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의 두 배에 달한다. 게다가 계엄이나 탄핵 같은 정치적 불안은 경제 불안과 내수 감소로 이어져 영세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가중하고 있다. 그렇다고 잘못된 정책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
자영업자는 개인사업자로 소득세와 부가가치세를 납부해야 한다. 소득세는 연간 소득에 따라 달라지는 세금이고, 부가가치세는 자영업자가 상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할 때 부과되는 세금이다. 자영업자 소득은 부가가치세를 적게 내면 낼수록 많아진다.
자영업자는 첫째, 영세해 부가가치세를 면제받거나 둘째, 매출만을 기준으로 개략적인 업종별 부가가치율을 적용받아 세금 혜택을 받는 간이과세자, 그리고 세 번째로 매출과 매입이 모두 신고 및 파악돼 정상적인 부가가치세(10%)를 납부하는 일반과세자로 나뉜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는 영세해 망한 사업자거나 간이과세자가 대부분이었다. 그들의 정확한 매출과 매입의 차액인 소득(수익이나 손실)은 제대로 파악되지 않았다. 그래서 고육지책으로 나온 것이 묻지마 현금 살포 정책이었다. 소득을 파악할 수 있는 일반과세자도 지원금 대상이었다. 따라서 무지급과 과소지급, 과지급, 오지급 등이 혼재돼 제대로 된 정책 효과가 발생하지 못했다.
당시 정부는 향후 자영업자의 소득을 제대로 파악해 코로나19와 같은 위기가 발생하면 묻지마 현금 살포가 아니라 효과적이고 제대로 된 보상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위해 당시 국세청의 소득 파악 인프라를 보완했다.
그러나 최근의 정책 방향은 이 기조와 정반대다. 2021년 4800만원에서 8000만원으로 인상한 간이과세 자영업자의 기준을 채 3년도 되지 않은 작년 7월부터 또다시 1억400만원으로 인상했다. 물론 당시 정부는 ‘영세 소상공인의 세 부담을 경감하고 거래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간이과세 적용 범위와 전자세금계산서 발급 의무를 동시에 확대’한다고 그럴싸한 포장을 했다. 그러나 이 표현은 자체 모순이다.
즉 매출 1억400만원 미만 자영업자에게는 소득을 파악할 수 있지만 하지 않고 세금을 깎아 줄 테니 알아서 잘하라는 의미다. 제대로 된 소득(손실)을 파악해 체계적인 과세와 지원을 할 수 있는데 하지 않겠다는 것은 직무유기이고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의 기본원칙에도 맞지 않는다.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국가들은 최저임금 수준이 낮고, 사회안전망이 부실하며, 조세의 투명성이 낮은 것과 인과관계가 있다. 최근 한국에서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 비중이 감소한 것은 최저임금 급상승과 관계가 있다. 그런데도 자영업자 비중이 쉽게 감소하지 않는 이유는 ‘사회안전망이 부실하지만, 국가가 책임지기 곤란해 탈세를 눈감아 줄 테니, 혼자 자영업을 창업해서 굶지 말고 사세요’라고 유도하는 잘못된 정부의 정책에도 기인한다.
국가의 존립 목적 중 하나가 복지사회 지향이라면 앞으로는 세금을 잘 거두기 위한 목적보다 ‘어려운 사람에게 더 많이 잘 나누어 주기 위한 소득 파악’이 기본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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