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제활력법안도 정략의 희생물…野, 민생 말할 자격 있나

입력 2025-01-14 17:25   수정 2025-01-15 00:50

여야가 처리하기로 합의한 44개 감세 법안에 대한 국회 논의가 올스톱돼 산업계에 비상이 걸렸다고 한다(한경 1월 14일자 A1, 3면 참조). 반도체 등 전략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소상공인의 세 부담을 완화하는 법안들이다. 연초만 해도 여야가 이들 법안을 조속히 처리하기로 의견을 모았으나 더불어민주당의 돌변으로 기약이 없어졌다.

처리가 미뤄진 주요 세법안은 반도체기업 시설투자세액공제율 상향, 인공지능(AI)과 미래형 운송수단의 국가전략기술 포함을 통한 세제 지원, 기업 구조조정 지원, 중소·중견기업 임시투자세액공제 적용 기한 연장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대내외 경제 상황을 보면 이런 법안의 발목을 잡을 때가 아니다. 주요국은 미래 첨단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앞다퉈 천문학적인 보조금 지원에 나서고 있고, 반도체 등 첨단산업은 중국의 추격으로 갈수록 입지가 좁아지는 마당이다. 성장 잠재력이 떨어지는 데다 통상 환경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으로 급변하고 있다. 이런 위급한 상황에서 정치적으로 대립하고 있더라도 나라 미래를 위해 경제활력법안 처리엔 여야가 발 벗고 나서는 게 정상이다.

야당이 법안 처리를 미루는 속셈을 보면 원내 제1 정당으로서 최소한의 책임 의식이라도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조세 개편 논의보다 비상계엄 및 탄핵 관련 현안에 우선 집중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의 지역화폐 공약 등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을 관철하려고 이들 법안을 볼모 삼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당리당략 앞에서 경제위기마저 안중에 없다. 이뿐만 아니다. 전통시장 신용카드 사용 소득공제율 상향, 소상공인 ‘노란우산공제’ 납입부금 소득공제 확대 등 불경기에 어려움을 겪는 취약계층 감세 법안들 심의도 멈춰 있다. 이대로 뒀다가 이 대표의 대선 공약으로 활용하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워하는 눈길이 많다. 이래 놓고 먹사니즘, 서민·민생정당을 외칠 자격이 있나.

이 대표와 민주당은 지난해 말부터 경제단체를 분주히 찾아 “정치적 불안정으로 경제가 피해를 보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등의 약속을 내놨다. 그래 놓고 경제활성화법안들을 정략의 희생물로 삼고 있는 것을 보면 진정성 없는 겉치레일 뿐이다. 경제, 민생이 입에 발린 소리가 아니라면 이들 법안을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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