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배워 자격증 따놓으면 밥은 안 굶는다.” 2000년도 전후 기성세대가 청년에게 입버릇처럼 하던 조언이다. 당시 ‘어르신’이 말하던 기술이나 자격은 주로 제조·건설업 분야 자격을 뜻했다. 정부 주도의 경제 개발 계획에 따라 공업 중심 숙련기술 인력 양성과 배출을 목표로 ‘국가자격’ 제도가 설계된 영향도 컸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 고령화, 산업 전환, 경제 고도화에 따라 국가자격 시장도 큰 변화를 맞았다.
14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9년 3만731개에 달하던 전국 어린이집은 2023년 2만8954개로 22.5% 줄었다. 반면 고령화 관련 자격 취득자는 크게 늘었다. 한국은 지난달 ‘초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 20% 이상)에 진입했다. 노령 인구가 늘고 ‘웰다잉’(존엄한 죽음)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장례지도사’ 자격 취득자가 급격히 늘었다. 장례지도사 자격 취득자는 2021년 1661명에서 2023년 2357명으로 2년 만에 41.9% 증가했다. 2030세대에서도 장례지도사를 전문직으로 여기고 진출하는 사례가 늘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장례지도사는 “장례식장 등에 취업을 문의하는 젊은 여성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워드프로세서’ 응시자도 2021년 5만5707명에서 2023년 3만8417명으로 2년 만에 32.1% 줄었다. 한 기업 인사담당자는 “자동화 툴과 AI 등장으로 엑셀 등 기본 문서 작업이 훨씬 수월해졌다”며 “컴활 자격은 큰 의미가 없어진 지 오래”라고 말했다. 다만 여전히 공무원 시험 등에서 가산점을 주는 자격이라 명맥은 유지하고 있다.
반면 공동주택을 관리하는 ‘주택관리사’는 인기를 끌고 있다. 주택관리사 자격 1차 응시자는 2021년 1만3827명에서 2023년 1만5225명으로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입주자 관리 등 행정관리와 건물 및 안전관리 업무를 맡는 주택관리사의 월평균 소득은 300만~400만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특히 임대사업자, 주택관리업자, 입주자대표회의에 주택관리사나 주택관리사보를 의무 채용하도록 하고 있어 수요도 꾸준하다.
2022년 1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이후 안전 관련 자격도 각광받고 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산업안전기사 자격 필기시험 응시자는 2021년 4만1704명에 그쳤는데 이듬해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5만4500명으로 늘더니 2023년 8만253명으로 불과 2년 사이에 두 배 가까이 폭증했다. 소방안전관리사 1차 응시자도 2020년 5만9534명에서 2022년 7만7337명으로 늘어났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산업 환경과 사회 변화에 따른 인력 수요를 면밀하게 파악해 자격 종목을 신설 및 보완하는 작업이 중요하다”며 “산업 현장 의견이 국가기술자격에 신속히 반영되도록 법령 개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 '기술·전문·공인'의 차이
국가기술자격이란 자격기본법에 따른 국가자격 중 ‘산업’과 관련이 있는 기술·기능 분야 자격을 말한다.
국가전문자격은 국가기술자격을 제외한 전문 서비스 분야 국가자격으로 ‘면허’ 성격을 갖는 자격이 많다. 정부 각 부처의 개별법에 따라 발급된다.
국가공인자격은 민간 자격으로, 1년 중 3회 이상 자격발급 실적이 있고 법인이 관리·운영하는 자격 중 우수 자격을 정부가 자격정책심의회의 심의를 거쳐 공인한다
곽용희 기자/김대영 한경닷컴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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