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듯한 자격처럼 보이지만 이들 민간자격 중 일부는 최근 등록 폐지가 공고됐다. 등록이 쉽고 관리감독은 허술한 민간자격이 난립하자 경력 증명과 취업이 절실한 구직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4일 민간자격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등록된 민간자격은 1만5793개 기관이 관리하는 5만5880개 종목에 달한다. 2008년 민간자격 시장 활성화를 위해 ‘민간자격 등록제’가 시행되며 민간자격 시장은 급성장했다. ‘금지 분야’만 아니면 자격을 등록할 수 있는 등록제 형태로 운영돼 자격증 신설이 까다롭지 않기 때문이다.
등록과 폐지에 부담이 없다 보니 갑자기 생겼다가 소리소문없이 사라지는 자격이 적지 않다.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한 해 평균 6056개 종목의 신규 자격이 등록됐고 2205개 종목이 폐지됐다. 폐지 이유는 수요 감소, 자격을 발급하는 개인사업자와 단체 등의 폐업이 대부분이다.
유행에 따라 비슷한 자격이 난립하기도 한다. 현재 ‘필라테스’ 관련 자격은 1200개가 넘는다. ‘심리상담’ 관련 자격은 3300여 개다. 똑같은 이름의 자격이 수백 종에 달하는 경우도 있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노인심리상담사’로 등록된 민간자격만 252개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련 민간자격은 2021년 5개에서 현재 192개로 40배가량 늘었다. 국가에서 주관하는 ESG 관련 자격이 없다 보니 민간자격이 더 난립하는 모양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그럴듯한 자격을 만들어 취업준비생 등을 상대로 이익을 편취하는 사례도 있다. 지난해 11월 한 대학 교수가 학생들에게 본인이 개설·등록한 노인심리상담사, 인지심리상담사 자격 취득을 강권하고 교재비 등을 개인 계좌로 받아 논란이 됐다. 민간자격 등록을 하면 한국직업능력연구원 홈페이지에 등재되는 점을 이용해 마치 국가기관의 ‘공인’을 받은 것처럼 홍보한 학원 사업주가 수강생과 분쟁을 벌이는 일도 빈번하다.
부실한 교육과 허위 과장광고로 인한 피해를 구제할 절차가 없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21대 국회에선 민간자격 등록을 5년마다 갱신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지만 회기 종료로 폐기됐다.
한 대기업 인사담당자는 “일부 민간자격은 강의 몇 시간 듣고 누구나 풀 수 있는 시험만 통과하면 반나절 만에 딸 수 있다”며 “이력서에 필수 자격은 공란으로 비우고 민간자격만 잔뜩 늘어놨다면 되레 면접관에게 좋지 않은 인상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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