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연금상품 찾아…은행서 증권사로 옮긴다

입력 2025-01-14 17:32   수정 2025-01-15 01:36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가 시행 3개월 차에 접어들면서 금융회사 간 가입자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퇴직연금 실물이전이란 연금계좌를 다른 금융사로 옮길 때 투자 중인 상품을 그대로 가져갈 수 있게 한 제도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가 시행된 지난해 10월 말부터 이날까지 퇴직연금 적립금 상위 3개 증권사(미래에셋·한국투자·삼성)로 이전한 금액은 1조원에 육박했다. 미래에셋증권으로 4200억원이 들어와 유입액이 가장 컸다.

한 자산운용사 연금 담당 임원은 “아직 시스템이 자리 잡지 않아 투자자가 실물이전을 신청하더라도 실제 이전이 이뤄지지 않거나 지연되는 사례가 많다”며 “시간이 지나 제도가 안착하면 연금계좌를 이전하려는 수요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투자자들은 연금계좌를 옮길 때 얼마나 다양한 상품을 선택할 수 있는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 증권 등 같은 업권 내에서도 회사마다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의 종류가 다르기 때문이다.

삼성증권이 자사로 퇴직연금 계좌를 이전한 157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이전 금융사에서 가장 불만족스러웠던 사항으로 ‘상품 선택의 제한’을 꼽은 투자자가 46.5%로 가장 많았다. 연금계좌를 이전할 때 기대하는 점을 묻는 질문에도 ‘다양한 상품 제공’(23.2%)이라는 답변이 1위였다.

증권사로 계좌를 옮긴 투자자들은 주로 은행에서 이동한 경우가 많았다. 통상 은행은 원리금 보장형 상품이, 증권사는 상장지수펀드(ETF) 등 투자형 상품이 다양하게 갖춰져 있다. 삼성증권으로 연금계좌를 이전하기 전 금융사를 묻는 질문에는 은행이라는 답이 66.2%로 가장 많았다. 이어 증권(30.8%), 보험(3.0%) 순이었다.

원리금보장형을 떠나 투자상품으로 이동하는 흐름도 눈에 띄었다. 계좌를 이전하기 전에 투자한 상품은 예금(29.9%), 새롭게 투자하려는 상품은 ETF(40.1%)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해외주식형 펀드(22.9%)와 채권(16.9%)이 뒤를 이었다. ETF 중에서는 미국 대표지수형(73.9%) 상품 선호가 압도적이었다. 해외채권과 커버드콜이라고 답한 비율은 각각 8.9%였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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