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 커도 집 사려면 돈 빼야죠"…재테크족 돌변한 사연

입력 2025-01-14 17:33   수정 2025-01-15 12:14


개인형퇴직연금(IRP) 급성장과 함께 중도 인출도 늘고 있다. IRP에 넣은 돈을 법이 정한 ‘불가피한 사유’가 아닐 때 중도 인출하는 건 가입자에게 불리하다. 당초 감면받은 세금보다 더 큰 돈을 기타소득세로 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주택 구입, 임차 등 주거 문제로 ‘울며 겨자 먹기’ 식 인출을 한 사람이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

14일 통계청에 따르면 IRP를 중도 해지한 사람은 2023년 106만3000명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7.7% 늘어 처음으로 100만 명을 넘었다. 이들이 중도 해지로 받아간 돈은 1인당 1400만원이었다.

IRP에 입금한 돈을 중도 인출하면 납입 시 절세한 돈보다 더 큰 금액을 토해내야 할 수도 있다. 김예나 삼성증권 택스센터장은 “IRP에 돈을 납입할 때 근로소득이 5500만원 미만인 사람은 13.2%의 세액공제율을 적용받는다”며 “중도 인출 시에는 소득과 관계없이 16.5%의 기타소득세를 낸다”고 했다.

천재지변, 3개월 이상의 요양, 가입자의 파산·회생 등 불가피한 사유로 중도 인출할 때는 기타소득세를 낼 필요가 없다. 이 경우에는 IRP 납입 시 본인이 감면받은 세금만 반납하면 된다. 하지만 이런 인출 비중은 크지 않다. 이 조사에 따르면 중도 인출 금액의 87.6%는 주택 구입 또는 임차가 목적이었다. 불가피한 사유로 인정되지 않는 것들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중도 인출하는 사람이 많다는 건 그만큼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가 많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사적연금인 IRP에 정부가 매칭 불입 등 혜택을 주는 사례는 해외에서도 찾기 어렵다”며 “중도 인출 세율을 높이는 것 역시 조세저항 때문에 쉽지 않다”고 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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