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가 ‘한국판 구글어스’를 표방하며 구축한 3D 공간정보 시스템이 사실상 무용지물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정밀도가 떨어져 홍수 예측, 자율주행·도심항공교통(UAM) 체계 구축을 위한 물리적 정보를 시뮬레이션으로 구현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시스템을 기반으로 국토부 산하 한국국토정보공사(LX)가 지방자치단체에 독점 공급하는 LX플랫폼이 오히려 국내 스마트도시 혁신에 걸림돌이 될 것이란 우려가 크다.
지자체에 구축된 LX플랫폼의 허점은 곳곳에서 드러난다. 울산시 울주군 도심의 한 건물은 차도 위에 들어선 것으로 표시됐다. 울산 선암저수지 인근 도로는 롤러코스터처럼 급경사를 이루고 있다. 스타트업 관계자는 “디지털트윈은 말 그대로 현실 공간을 쌍둥이처럼 구현하는 게 기술력의 핵심인데 LX플랫폼으로는 인공지능(AI)이 공간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 자율주행 시뮬레이션을 구현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LX플랫폼의 정밀도가 떨어지는 주된 요인으로 원천 데이터인 국토지리정보원 3D 지도의 낙후된 제작 방식이 꼽힌다. 2500m 이상의 고도에서 경비행기를 통해 수집한 평면(2D) 바닥에 건물 사진 등을 합성하기 때문이다. 건물 정보도 예산 부족으로 2014년 조사에서 멈췄다.
이와 달리 민간 업체의 3D 지도는 드론을 활용해 150m 높이에서의 근접 정밀 스캐닝으로 지형, 건물을 실제와 비슷하게 구현했다.
지자체의 LX플랫폼 활용도도 낮은 편이다. 충북 청주시 관계자는 “버스 노선 개편에 활용했을 뿐 시 행정에 폭넓게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충남 아산시 관계자는 “민간 프로그램에 비해 속도가 느리고 불편해 추가로 리모델링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했다. 서울시, 대통령실 경호처, 한국항공우주산업 등도 민간 업체의 3D 맵을 이용하고 있다.
정부의 반강제적 요구로 지자체들이 LX플랫폼에 묶여 민간 업체들은 가장 큰 시장인 지자체 사업 진출이 막혀 있다. 울며 겨자 먹기로 사우디아라비아, 이스라엘 기업과 제휴해 해외에서 살길을 모색하고 있다. 도시 경쟁력을 좌우하는 우수한 기술이 다른 나라에서만 이용되는 셈이다. 한 민간 업체 관계자는 “해외 제휴 기업들로부터 본사를 아예 현지로 이전해달라는 요청을 받아 진지하게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정선 중기선임기자 leeway@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