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광엽 칼럼] '우리법'의 사법부 과잉대표 문제

입력 2025-01-14 17:37   수정 2025-01-15 00:53

우리법연구회는 대법원에 등록되지 않은 비공식 단체, 즉 일종의 사적 모임이다. 정치적 편향과 폐쇄적 운영 탓에 ‘사법부 하나회’로도 불린다.

1989년 출범해 2018년 해체되기까지 30년 동안 ‘우리법’을 거쳐 간 판사는 150명 정도다. 같은 기간 판사 재직자 5000명(추정)의 3%다. 후신 격인 ‘인권법’(국제인권법연구회) 판사를 다 합해도 500명 안팎으로 10% 선에 그친다.

소수지만 존재감은 압도적이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구조가 잘 보여준다. 헌법재판소 재판관 8명 중 5명이 우리법과 인연을 맺고 있다. 문형배·정계선 재판관은 우리법, 이미선 재판관은 인권법 출신이다. 김형두·정정미 재판관도 우리법·인권법 회장 출신 김명수 전 대법원장 천거로 합류했다. 김 재판관은 ‘김명수 코트’에서 요직인 법원행정처 차장도 지냈다. 임명 대기 중인 마은혁 판사까지 입성하면 우리법 관련 재판관은 66%(9명 중 6명)로 치솟는다.

국회 탄핵소추단도 우리법이 주축이다. 더불어민주당에 2명 있는 우리법 출신 의원(최기상, 박범계)이 모두 소추단에 들어갔다. 비(非)우리법 판사 출신 김승원 의원은 소추단에서 빠지더니 법제사법위원회 간사 자리에서도 물러났다. 소추단은 ‘우리법 핵심’ 이광범 변호사의 LKB와도 친밀하다. 설립 10여 년 만에 ‘좌파의 김앤장’으로 급성장한 LKB 이광범 대표가 소추단 공동대표이고, LKB 변호사 4명이 소추단에 들어갔다.

공수처도 우리법과의 근친성이 예사롭지 않다. 오동운 공수처장이 인권법 출신이고,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현장 지휘한 최장우 검사의 전직이 LKB 변호사다. 공수처는 출범 때부터 LKB와 막역하다. 이광범 대표가 초대 공수처장에 유력하게 거론됐고, 공수처 검사로 재직하다 LKB로 옮긴 변호사만 3명이다. 공수처 검사가 10~15명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우리법의 법원 내 영향력도 여전하다. 형사소송법을 무력화한 체포영장을 발부한 이순형 판사가 우리법 출신이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의 대법관 발탁으로 우리법과 간접 인연을 맺은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의 행보도 관심이다. ‘사법부 2인자’ 격인 그는 국회에서 계엄을 “위헌적인 군통수권 행사”로 단정해 논란을 불렀다. 헌재에 앞서 대법원이 위헌 판단을 내린 격이다. 윤 정부가 미는 후보(김태규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를 탈락시키고, 인권법 출신 공수처장이 임명되는 과정에도 천 처장이 캐스팅 보트 역할을 했다.

우리법·인권법 판사는 500여 명으로 5만 명에 달하는 법조인(판사·검사·변호사)의 1%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사법부 내 영향력과 위상은 50%를 넘나든다. 한국 사회 절반의 지분을 넉넉히 확보 중인 진보 정치권이 편애하고 노골적으로 밀어준 결과다.

우리법 판사들의 언행과 판결은 늘 논쟁적이다. 한·미 FTA를 ‘주권 침해 협정’이라며 격렬한 반대운동을 벌였다. 국회를 점거한 민노당원 12명을 전원 공소기각하고, 조국 1심을 4년 가까이 지연시킨 주역도 모두 우리법 판사다. 정치뿐만이 아니다. 노동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개인적 소신을 앞세운다는 불만이 적잖다. “재판은 곧 정치”라며 “정치적 성향에 따라 판결해야 한다”는 한 인권법 판사의 주장이 오해를 더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재판부가 정해지면 우리법이나 인권법 소속인지부터 따져본다’는 게 변호사들의 호소다. 검찰도 ‘우리법 판사지만 합리적 성향’과 같은 세평을 만들어 공유한다.

많아도 왼쪽 끝단 10% 정도인 집단이 사법부를 과잉 대표하니 갈등과 혼란이 필연이다. 대통령 탄핵 소추·수사·재판 전반이 거센 적법 논란에 휩싸인 이유다. ‘내란죄 취하’ 공방도 마찬가지다. 헌법재판소 매뉴얼(주석 헌법재판소법)은 ‘소추 사유 부분 취하 시 국회 재의결과 피청구인(대통령) 동의가 필요하다’고 적고 있다. 그런데도 헌재는 답을 회피한 채 여론 눈치를 살핀다.

오늘날 법학은 법해석학에 다름아니다. 그런 속성을 악용해 우리법이 소수설을 다수설로 둔갑시킨다는 시각이 만만찮다. ‘내란 수사권은 경찰에 있다’는 법조계의 압도적 해석을 외면하는 공수처의 행보가 의구심을 더한다. ‘탄핵심판이 국민 여론을 확인하는 작업으로 전락해선 안 된다’. 헌법재판연구원이 강조하는 헌법재판의 대명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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