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관세·보조금 축소·中장비 규제…K메모리 위기 산적

입력 2025-01-14 18:07   수정 2025-01-15 01:49

‘도널드 트럼프 2.0 시대’가 한국 반도체 기업에 기회인 것만은 아니다. 위기를 불러올 요인도 적지 않다. ‘관세 폭탄’이 그 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모든 수입품에 10~20% 보편관세를 매기고, 중국산에는 60%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라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중국에 공장을 둔 한국 반도체 기업의 미국 수출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가 생산하는 낸드플래시 가운데 중국산(시안 공장) 비중은 37%에 이른다. SK하이닉스 우시 공장은 이 회사 D램 생산량의 40%를 책임지고 있다. 이 회사 다롄 공장에선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의 핵심 부품인 트리플레벨셀(TCL) 낸드플래시를 만든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에서 생산한 반도체를 주로 현지 고객사에 공급하지만 상당량을 미국 등지로도 수출한다. 60% 관세가 붙으면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와의 가격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얘기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마이크론이 최첨단 고대역폭메모리(HBM) 제품인 HBM3E와 7세대 그래픽 D램(GDDR7) 등 첨단 D램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는 상황에서 중국산 반도체 관세 인상이 현실화하면 한국 기업엔 커다란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2기 정부가 첨단 반도체 장비의 중국 반입을 더 강하게 막을 가능성이 있는 것도 우리 기업엔 부담이다. 조 바이든 정부가 2022년 첨단 반도체 장비의 중국 수출을 금지했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통제 조치를 유예해 줬다. 트럼프 2기 때 유예를 없애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 공장에서 첨단 메모리를 생산하지 못한다. 수십조원을 투자한 중국 공장이 ‘고철’로 변하는 것이다.

미국 반도체 지원법(칩스법)에 따른 투자 보조금이 축소될 가능성도 여전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에 공장을 짓는 대가로 각각 47억4500만달러(약 6조9000억원)와 4억5800만달러(약 6600억원)를 받기로 했지만 트럼프 정부가 지원 규모를 줄이거나 계약 조건을 변경할 수 있어서다. 보조금이 축소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 투자 계획을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에 몰릴 수 있다. 보조금이 사라지면 인건비와 건설비가 비싼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할 필요가 줄기 때문이다.

트럼프 정부가 국가 안보 위협과 불공정 무역 등을 이유로 관세를 매길 수 있도록 규정한 무역확장법 232조, 301조를 HBM에 적용할 가능성도 있다. 인공지능(AI)용 메모리 반도체로 각광받는 HBM의 중국 수출길이 막힐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기준 전체 D램 매출에서 HBM이 차지한 비중은 SK하이닉스가 30%, 삼성전자는 20%가량이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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