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TV·가전 시장은 한국과 중국 기업이 한판 승부를 벌이는 전쟁터다. 미국 시장에서 인정받아야 세계 각국을 뚫을 수 있어서다. 주도권은 한국이 쥐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랙라인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6대 생활가전(냉장고 세탁기 건조기 식기세척기 전자레인지 오븐) 시장의 1위와 2위는 LG전자(판매액 기준 점유율 21.1%)와 삼성전자(20.9%)였다. TV 시장도 삼성과 LG가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TCL, 하이센스 등 중국 기업들이 ‘가성비’를 무기로 세(勢)를 불리고 있어서다. 이날 월마트 매장에서 확인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43형 스마트TV 가격은 248달러. TCL TV보다 작은데도 가격은 8.8% 높다. 월마트 매장 직원 로버트 프리츠는 “‘골드스폿’(명당자리)에는 가장 인기 있고 저렴한 물건을 전시한다”며 “요즘 이 자리는 중국 제품 차지가 됐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들은 중저가 시장에서 중국과 맞붙기보다 인공지능(AI) 가전과 고화질 TV 등 프리미엄 시장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이날 찾은 미국 최대 가전 유통채널 로우스의 라스베이거스점 세탁·건조기 코너 골드스폿은 삼성과 LG 차지였다. 중국 제품은 보이지 않았다. 김성택 LG전자 미국법인 생활가전영업실장은 “골드스폿은 돈 주고도 살 수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2.0 시대’를 맞아 중국이 휩쓸고 있는 중저가 가전·TV 시장의 일부를 한국이 되찾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중국산 제품에 60% 관세 부과를 공언해서다. 이렇게 되면 중국산 제품의 미국 수출가격이 올라 현지 생산체제를 갖춘 한국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올해 적극적으로 미국 볼륨존(중간 가격 제품) 시장을 공략해 매출을 늘릴 계획이다.
라스베이거스=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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