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테네시 공장 증설 검토…美 투자 늘려 '高관세' 대응

입력 2025-01-14 17:45   수정 2025-01-15 01:38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북서쪽으로 87㎞ 정도 올라가면 클라크스빌이라는 소도시가 나온다. LG전자 가전공장이 둥지를 튼 곳이다. 직접 둘러본 세탁·건조기 생산라인은 그 자체로 거대한 로봇이었다. 하얀 다관절 로봇팔이 지름 57.5㎝짜리 스테인리스스틸 재질의 원형 세탁조를 2층 컨베이어벨트에 놓으면 인공지능(AI)과 연동된 카메라가 불량 여부를 판독했다. 166대의 무인운반차(AGV)는 각종 부품을 쉴 새 없이 실어 날랐다.

이 공장의 자동화율은 LG전자 창원공장(53%)보다 높은 66%. 높은 인건비에도 미국 공장이 경쟁력을 갖춘 이유다. LG전자는 모든 수입품에 10~20% 관세 부과, 멕시코산엔 25% 관세를 공언한 ‘트럼프 2.0 시대’를 맞아 테네시 공장 증설 여부를 검토 중이다.

LG가 미국 가전공장 증설을 검토하는 것은 관세 때문만은 아니다. 물류비 절감과 제품 공급 기간 단축에 더해 제조업 부활을 기치로 내건 트럼프 정부와 돈독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도 트럼프 2.0 시대를 앞두고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최근 멕시코 가전 공장에서 생산하는 미국 수출용 냉장고 물량 중 일부를 광주공장으로 가져온 게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멕시코 수입품에 관세 25%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하면서 한국 생산이 오히려 비용 측면에서 유리해졌다고 판단한 결과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 4분기까지 광주공장 냉장고 생산 물량의 약 30%를 멕시코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최근 전략을 수정했다”며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정책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도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함께 미국 내 시설 투자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전자업체 고위 관계자는 “트럼프 2기를 맞아 글로벌 기업들의 생산지 전략이 미국 정책의 영향을 받아 재편되고 있다”고 했다.

클라크스빌=김진원/황정수 기자 jin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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